사회
박범계, 무혐의 처분 수용할까…"거부할 명분 없어"
입력 2021-03-21 13:12  | 수정 2021-03-28 14:05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모해위증한 의혹이 제기된 재소자를 최종 무혐의 처분하면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오늘(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혐의없음' 취지로 종결한 기존 판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어제(20일) 법무부에 공식 보고했습니다.

박 장관은 오늘(21일) 중 입장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장관이 대검의 최종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을 통해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이 국장은 브리핑에서 "가능하면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수사 지휘를 한 것"이라며 기존대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져도 장관이 수용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대검 부장회의가 진행 중이던 그제(19일) 저녁 박 장관은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는 "결과가 나온 다음 봐야 할 문제"라며 "과정이 어땠는지도 알아봐야 한다"고 수용 여부에 즉답을 피했습니다.

박 장관이 강조한 '과정'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을 재심의하면서 기소 의견을 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의 의견을 "얼마나 무게 있게" 들었느냐입니다.

한 감찰부장은 회의 멤버로 논의에 참여했고, 임 부장검사도 회의에 참석해 의견 표명 기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부장검사는 회의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도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모래바람 거센 광야에 선 듯한 회의장에서 굳세게 버틸 수 있었다"고 썼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대검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기존 무혐의 처분이 그대로 유지됐지만 수사지휘 내용대로 기소 의견을 낸 한 감찰부장과 임 부장검사에게 의견 개진 기회가 주어졌고, 대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당초의 수용 방침을 뒤집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이은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검찰 내부의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대검 부장회의 결과가 그대로 수용되지 않을 경우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난 1월 말 취임 후 검찰과의 극한 대립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온 박 장관이 이번에도 정면충돌은 피해 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를 할 때 직접 기소를 지시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음에도 한발 물러서 대검 부장회의에 재심의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박 장관이 대검의 무혐의 결정을 수용하되,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합동 감찰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박 장관은 사건 재심의와는 별개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한 전 총리 수사에서 드러난 재소자들 상대의 부적절한 수사절차와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미 3년의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를 할 순 없지만 심각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장관이 주의나 경고를 할 수 있다는 게 법무부 입장입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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