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박 술 빠져 생활비 안 준 재혼 남편 살해 50대 여성 중형 선고
입력 2021-03-21 11:32  | 수정 2021-03-21 12:08

도박과 술에 빠져 생활비를 안준 재혼 남편을 살해한 5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원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6일 음식점에서 해고를 당했다. 식당 종업원 수입으로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키워온 A씨는 처지를 비관하다 이튿날 혼자 소주 3병을 마신 뒤 남편 B씨(53)에게 '슬퍼서 죽고 싶다' '너는 정신병자였다' '죽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B씨는 같은 해 6월 아들이 말을 듣지 않고 돈만 달라고 한다는 이유로 아들의 목을 졸랐고,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일어나자 집을 나가 다세대주택에 혼자 살고 있었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B씨가 있는 주택으로 가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화가 난 A씨는 B씨와 말다툼을 하다 주방용 가위로 B씨의 왼쪽 가슴을 한차례 찌르고 도주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A씨는 우발적으로 남편을 찔러 살인의 고의가 없다며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범행으로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은 친아버지를 잃게 됐다"면서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고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혼인 생활에서 피고인이 겪었을 어려움에 비추어 범행 경위에 일부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4일 열린다.
[춘천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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