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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따상'이면 뭐하나…힘 못쓰는 제약·바이오
입력 2021-03-21 11:00 
지난 1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바이오사이언스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가 타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가 오르는 따상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등판했지만 뒷심은 강하지 못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을 계기로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던 제약·바이오 업종도 여전히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슷하게 백신 사업을 하는 녹십자,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넥스 등 조차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68.43%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SK케미칼은 오히려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 상장 이튿날 '따상상'커녕 하락반전한 SK바이오사이언스
따상을 기록한 이튿날 한번 더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 기대가 높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9일 음봉을 그리며 마감했다. 전일대비 2500원(1.48%) 내린 16만650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이다.
장 초반에는 전장보다 12.43% 오른 19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힘이 빠졌고 결국 하락 마감한 것이다.
지난 19일 증시 개장 전까지만 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따상상' 기대감은 여전했다. 유통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의 11.63%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근거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 주주인 SK케미칼이 보유한 5235만주, 15일~6개월 보호예수로 묶인 기관 물량 3882만9590주, 우리사주 339만400주 등 6760만2490주가 묶여 있는 상태다.

그러나 장 초반 나온 대규모 매도 물량이 따상상 기대를 좌절시켰다.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첫 날인 지난 18일 전체 거래량의 약 75%인 52만9814주의 매수 거래가 이뤄진 교보증권 창구에서는 19일 개장 후 20여분만에 약 53만주가 매도됐다.
이 투자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상한가 따라 잡기(상따)'를 노린 전문 투자 세력이나 슈퍼개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따상 가격인 16만9000원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53만주를 매수해 18만2000원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하루만에 약 70억원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또 지난 19일 장 초반에는 일부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매도하려는 투자자들이 폭주하면서 접속장애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 제약·바이오업종에 SK바사 등판 효과 '글쎄'
SK바이오사이언스 등판으로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소외받았던 제약·바이업종의 반등을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난 19일 코스피의약품지수는 전장보다 1.10% 하락한 1만7614.21에 마감됐다. 특히 전날인18일 증시 마감 이후 한미약품이 항암제 부작용인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는 신약 롤론티스의 한국 시판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아낸 호재도 코스피 의약품지수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따상'이 나타난 지난 18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분야 경쟁사인 녹십자는 3.64% 오르는 데 그쳤고, 이튿날인 19일에는 전일 종가에서 0.91%가 빠졌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넥스도 이틀동안 각각 1.53%와 1.04%가 빠졌다.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자들은 속앓이를 해왔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작년 말 2만1085.04로 작년을 마감한 뒤 지금까지 16.46% 하락했다. 제약·바이오업종은 지난 1월 초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강세장에선 대형주 쏠림에 치여 횡보했고, 2월 코스피가 횡보할 때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 증권가 "CDO·CMO 성장 방향성 명확"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국내 CDMO 기업들에 대해 긍정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글로벌 의약품 생산 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의 CDMO 기업들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어서다.
CDMO는 CMO와 위탁개발(CDO)를 합친 말이다. 의약품 대량 생산을 위한 세포주를 개발하는 게 CDO의 영역에 포함된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생산 계약의 급증은 이례적인 이벤트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기존 의약품의 위탁생산 시설도 부족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시장의 성장,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신규 바이오텍의 위탁생산에 대한 비중 증가 등으로 코로나19 상황 이후에도 의약품 위탁생산 산업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CMO 규모 측면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일라이릴리, GSK 등과 코로나19 치료제 CMO 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배경도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벡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CDMO 계약이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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