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득세 보유세 '0'에 3040대 몰리지만…"10년후 폭락할 수도" 아트테크 경고
입력 2021-03-21 10:58  | 수정 2021-03-24 17:44
2016년 서울옥션에서 11억원에 팔린 박서보 `묘법 No.1-81`. [사진 제공 = 서울옥션]

최근 케이옥션 경매에서 김창열 화백 1977년작 '물방울'(22.7×15.8㎝)이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 1200만원의 7배 가까운 8200만원에 낙찰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1월 김 화백 타계 후 작품값이 폭등했지만 A4용지 크기도 안 되는데 거액에 팔리자 미술시장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미술품이 급등락이 거의 없는 안전자산이기에 가격 상한선을 정해 놓고 투자해야 한다"며 "시세 차익도 발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술품을 즐기기 위해 구입해야 가격 하락을 감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와 주식시장 정체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몰려오고 있지만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미술품은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어 '세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지만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 상품이다. 수십년이 지나도 가격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폭락하는 작품도 있다. 특히 2007년 호황기에 비싸게 팔렸던 젊은 팝아트 작가들 작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락해 아직까지 회복을 못했으며 거래도 드물다.
최웅철 웅갤러리 대표는 "한 추상화가는 1990년대 호당 400만원이었는데 지금 100만원대에 불과하며, 30년 전 각광받던 구상화 작가들 대부분의 작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며 "최근 20~40대 젊은 컬렉터들까지 아트테크에 뛰어들고 있는데 미술품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 작가의 예술혼 감상이 우선이 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 '톱10 작가'(2020년)의 지난 10년간 낙찰평균액 증감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구상화 가격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민화가 박수근 낙찰평균액이 23.3% 감소했고, 이중섭 역시 16.8% 떨어졌다.
2020년 낙찰총액 146억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블루칩 추상화가 이우환 낙찰평균액도 0.6% 감소했다. 2017년 낙찰평균액은 1억8561만원이었으나 코로나19타격을 받은 2020년에는 8594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다행히 최근 미술 투자 열기가 살아나면서 서울옥션 2월 경매에서 이우환의 150호 '조응'이 4억1000만원에 낙찰돼 2007년 호황기 거래가에 근접했다.
2015년 서울옥션에서 11억4220만원에 팔린 정상화 `무제 05-3-25`. [사진 제공 = 서울옥션]
낙찰총액 '톱10 작가' 중 10년새 낙찰평균액이 가장 많이 오른 작가는 단색화 거장 박서보로 12.6% 상승했다. 2010년 낙찰평균액이 2584만원에 불과했으나 2014년 단색화 열풍이 불면서 상승하기 시작해 2018년 낙찰평균액 1억4713만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10년새 가장 비싸게 팔린 박서보 작품은 2016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1억원에 낙찰된 1981년작 '묘법 No.1-81'이었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필로 선을 그은 묘법 시리즈로 가장 인기가 많다. 지난 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색채를 입힌 한지로 작업한 2011년작 '묘법 No.111020'이 3억500만원에 팔려 2000년 이후 근작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프랑스 페로탕 갤러리 소속으로 현재 영국 런던 화이트큐브 개인전까지 열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박서보 낙찰총액은 42억2653만원으로 이우환, 구사마 야요이, 김환기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박서보에 이어 추상화가 정상화의 10년간 낙찰평균액도 11.1% 증가했다. 2010년 정상화의 낙찰평균액은 2390만원었으나 단색화 열풍을 타고 2016년 2억1545만원으로 급등했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고 뜯어내기를 반복한 작업으로 수행 미학을 보여주는 그의 경매 최고가 작품은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1억4240만원에 낙찰된 2005년작 '무제 05-3-25'다. 오는 5월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도 예정돼 있어 추가 가격 상승 여지가 높은 편이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2010년만 해도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작품 가격이 단색화 열풍으로 급등할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래 가격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장품 100점 중 2~3점 가격이 올라 효자 노릇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최윤석 서울옥션 전무도 "주가는 회사 실적 등 숫자에 근거하지만 미술품은 미술계 의미 부여로 가격이 형성되기에 위험 요소가 많다"며 "경매 수수료가 작품가 10~20%여서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며, 자산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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