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식어버린 로켓 엔진' 쿠팡 주가 부진에 서학개미들 어쩌나
입력 2021-03-21 10:50  | 수정 2021-03-22 11:38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첫날 한때 시가총액이 130조원에 육박하는 등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나 현재 시총은 약 87조원으로 일주일 새 40조원 넘게 증발했다. 상장 직후부터 집중 매수에 들어간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쿠팡 주가 등락…시가총액 40조원 증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4.89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보다 2% 가량 오르긴 했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 수준인 장중 69달러까지 급등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부진한 흐름이다.
실제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 쿠팡은 공모가 대비 84% 폭등한 63.50달러로 거래를 시작했고 당일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40.7% 급등한 49.25달러에 마감했다. 이후 지난 15일에는 종가 기준 주당 5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16일 6.58% 하락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8% 넘게 급락하며 현재 40달러 초반 수준을 기록 중이다.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 한때 130조원에 육박하며 SK하이닉스보다도 큰 덩치를 자랑하던 쿠팡은 현재 87조원 수준으로 몸집이 줄었다.


락업 해제 우려감에 주가 약세…23일 추가 물량 가능성도


쿠팡 주가가 하락한 데는 락업(보호예수) 해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자사 주식 120만주를 매도했고, 18일부터는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6570만주 중 3400만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김 의장 매도 건은 초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주주들이 일부 물량을 상장 전에 공모가로 내놓는 뉴욕증시의 관례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뉴욕증시에서 락업 기간은 6개월이다. 그러나 쿠팡은 예외조항을 뒀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기준 가격 이상이면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 따르면 쿠팡이 제출한 상장 보고서에는 주가가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공모가를 웃돈다면 쿠팡 대주주가 아닌 임직원들도 상장 6거래일째부터 주식 매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대형 투자자들의 지분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상장 12거래일 후 주가가 공모가의 33%를 웃돌 경우 대형 투자자들이 지분을 일부 팔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즉 오는 23일에도 쿠팡의 주가가 공모가 35달러보다 33% 높은 46.55달러 이상이면 추가로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서학개미 '쿠팡' 집중 매수…애플·테슬라보다 많이 샀다


문제는 서학개미들이 쿠팡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상장 직후부터 전날까지 쿠팡 주식 997억원(8819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애플(7385만달러), 테슬라(6836만달러)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 기간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학개미들 대부분이 상장 첫날부터 대거 순매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는 30%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쿠팡의 주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쿠팡 주가는 밸류에이션 논란, 차익실현 매물 등에 의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여받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쿠팡이 당면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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