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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쇼크에 일주일새 15% 급락…올해 최저점 떨어진 LG화학 미래는
입력 2021-03-21 09:24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폭스바겐 파워데이(Power Day)'의 후폭풍은 거셌다. 100만원을 넘보던 LG화학 주가는 일주일 새 80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통합형 셀(각형 2차전지)를 적용하겠다는 발표 이후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LG화학의 주력인 파우치형 배터리가 배제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투자자들을 짓누른 셈이다. 특히 LG화학 내 폭스바겐 매출 비중은 20% 내외로 이번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2차 전지 배터리 업체들의 줄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일대비 3.60%(3만1000원) 떨어진 83만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 올해 최저점이다.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이번주 초반 97만5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5% 가까이 떨어졌다. UBS, 메릴린치 등을 중심으로 외국계 창구를 통한 매도세가 LG화학을 끌어내리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폭스바겐 데이 이후 5869억원 어치를 팔았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8512억원 순매수한 것과 상이한 행보다.
앞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열린 '파워데이'에서 2023년부터 '통합형 셀' 배터리를 사용하고 2030년까지 80%로 비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지분을 갖고 있는 노스볼트를 통한 내재화를 추진해 유럽 전기차 밸류체인 통합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이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도입한다고 밝힘에 따라 폭스바겐향 파우치형 2차전지 주요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라며 "계획에 따르면 2025년부터 한국 2차전지 배터리 업체들의 폭스바겐 내 점유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폭스바겐의 MEB용 2차전지 공급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CATL 등으로 파악되는데 이 중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는 2차전지 형태는 파우치 형"이라며 "향후 폭스바겐 내 파우치 생산 한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크게 강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9월 주주총회를 겸해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희망적인 점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이다. 유럽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축소될 수 있지만 오히려 미국, 중국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기회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상반기까지 최소 2곳 이상의 후보지를 선정한 후 원통형 배터리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에 주로 사용된다. 결국 테슬라 배터리 수주를 염두에 두고 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결국 미국 내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미국 스타트업인 루시드모터스, 패러데이 퓨쳐스, 로즈타운 모터스 등이 LG화학의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테슬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고성장은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실제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자체 수급하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고 CATL 등 경쟁사의 품질 측면에서도 허점이 많아 국내 업체들의 재조명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파우치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 약세가 예상되지만 배터리의 핵심은 케이스가 아닌 안의 화학 물질"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수요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속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먹거리는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또 노스볼트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파우치형 배터리의 원가 절감이 가속화된다면 폭스바겐으로선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노스볼트와 폭스바겐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의 양산 수율이 예정된 기간 내에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오히려 폭스바겐이 유럽 내 자체 배터리 생산 설비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에 따라 유럽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소재 업체들이나 노스볼트향 소재, 부품 공급 업체들에게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규리 매경닷컴 기자 wizkim6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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