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꼬우면 이직" LH직원 꼴 날라…블라인드 회원 탈퇴 봇물
입력 2021-03-20 11:00  | 수정 2021-03-20 11:34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LH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9일 경기 광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한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2021. 3. 9. 한주형기자

경찰이 '꼬우면 이직하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색출에 나선 가운데 해당 글이 작성된 블라인드엔 회원들의 탈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익명보장 어디로?..."블라인드 못 쓰겠네 이제"
19일 블라인드에는 경찰이 LH 직원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절대 보안'을 내세우는 블라인드에서 특정인을 밝혀내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견이 다수 게재돼 있다.
대체적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롱한 LH 직원을 찾아내는 것에는 동의하는 입장이나, 익명성을 보장하는 블라인드에서 수색이 진행되는 것에 회원들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최근 블라인드 한 회원이 '블라인드 압수수색 들어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글을 올리자 "더이상 블라인드가 블라인드가 아닌 세상", "이제 블라에서 내부고발하면 구속각?", "완전 익명성 이거 보장되는 거 맞냐", "LH 직원 밝혀지면 이제 블라 의미없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진 = 블라인드 캡처]
실제 직장인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게임사 개발자로 일하는 이모(31)씨는 "애초부터 익명성, 보안 따위는 믿지 않았다. 회사를 다녀서 어쩔 수 없이 블라인드를 시작했지, LH 직원 찾아내겠다는 뉴스 보자마자 무서워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윤모(35)씨는 "블라인드를 사용하면서도 항상 회사가 날 찾아내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썼는데, 이번 일로 절대 보안은 없다는 걸 알게됐다. 조만간 탈퇴할 거다"고 했다.
뷰티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역시 "LH 직원 글에 정말 화났지만 경찰이 글쓴이를 찾아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며 "블라인드 익명성 취지를 깨면 누가 편하게 회사 욕을 하면서 블라인드를 사용하겠나"고 지적했다.
◆LH 직원 색출 만만치 않을 듯
블라인드는 현재 320만명이 이용 중인 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블라인드가 이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절대적인 '익명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익명이 보장되다보니 그간 블라인드는 연봉과 조직문화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회사와 상사의 뒷담화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직장인들의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 실제 블라인드 홈페이지 질의응답란에도 '정말 익명인가요?'라는 질문에 블라인드 측은 "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군지 모른다"며 "블라인드는 보안을 가장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는 답을 적어 놓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경찰이 LH 직원을 색출하면 블라인드의 최대 강점인 익명성이 무너지면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블라인드 회원들은 언제든 자신들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경찰이 LH 직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블라인드는 회원 데이터를 비공개 처리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가입에 사용되는 회사 인증 이메일은 재직자 확인 용도로만 쓰인다. 가입 후 곧바로 암호화되며, 블라인드 앱 계정과의 연결고리는 즉시 파괴된다. 증명할 데이터와 정보가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 역시 직원의 신분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주범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접속한 IP 등이 저장되는데 데이터를 삭제하는 블라인드 특성상 찾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덮어 씌워지기는 개념인데 경찰이 압수수색을 늦게 진행한 만큼 정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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