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순애보' 열대어, 사실은 '사랑과 전쟁'?…연구 화제
입력 2021-03-20 09:45  | 수정 2021-03-27 10:05

암수 한 쌍이 짝을 이뤄 생활하는 '일자일웅'(一雌一雄) 열대어인 '니그로'는 죄수복과 비슷한 줄무늬를 가졌다고 해서 '죄수 시클리드'(convict cichlid)로도 불립니다.

크기가 8~10㎝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열대어가 새끼를 공동 양육하는 짝에게 도움을 주는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첫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과학대학원의 고다 마사노리 교수와 사토 슌 연구원은 수컷 니그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물고기의 이타적 행동을 처음으로 관찰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수컷 니그로에게 혼자서만 먹이를 받아먹거나, 짝을 비롯한 다른 개체와 같이 먹이를 받아먹는 것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실험 장치를 만들어 '친사회적 선택 과제'(PCT)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대상인 수컷 니그로가 있는 수조를 두 칸으로 나눠 혼자서만 먹이를 받는 반사회적 선택과 상대방과 같이 먹이를 받는 친사회적 선택 중에서 고르게 하고 맞닿아 있는 다른 수조에 등장하는 개체를 바꿔가며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수컷 니그로는 짝으로 사는 암컷과 처음 만나는 새로운 암컷, 경쟁 관계에 있는 수컷을 적절히 구분하며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너편 수조가 비어있을 때는 선택에 일관성이 없지만 상대방이 등장하면 사회적 관계에 맞춰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공동 양육을 하는 암컷 짝이 나타났을 때는 친사회적 선택 칸에 들어가 함께 먹이를 받아 먹지만 경쟁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수컷이 등장하면 반사회적 선택 칸을 찾아 혼자서만 먹이를 받아 먹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결과는 처음 만나는 암컷이 등장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수컷 니그로는 짝이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친사회적 선택을 해 처음보는 암컷과 먹이를 함께 받아 먹었지만, 옆에 마련된 투명한 제3의 수조의 암컷 짝이 있을 때는 반대로 반사회적 선택을 했습니다.

사토 박사는 "이런 결과는 영장류 실험에서와 비슷한 것이지만 어류에서는 처음으로 관찰된 것"이라면서 "누구도 이렇게 작은 물고기가 섬세하고 예리한 사회적 행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추가적으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도 시인했습니다.

고다 교수는 "더 철저한 행동 실험을 통해 니그로가 정말로 심리적 사회성을 갖고있고, 이를 갖게된 동기가 있는지, 어떻게 이를 발전시켰는지 등을 명확히 밝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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