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단일화 시한(19일)을 사흘 앞두고 '합당'이란 회심의 패(覇)를 꺼냈지만 국민의힘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장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반응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늘(16일) 부산 국제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당하라고 할 때는 국민의힘 기호로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한 사람인데 갑자기 무슨 합당이니 이런 말을 하는지"라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3개월에 걸쳐 일관되게 '선 입당 후 합당'을 제안할 땐 완강하게 거부하더니 뒤늦게 조건부(서울시장이 되면)로 응하겠단 모양새가 마뜩잖다는 겁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단일화 이후 등의 조건을 달지 말고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합당의 시작은 바로 지금, 오늘부터 추진해달라"고 압박했습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역시 "합당하려면 진작 했어야 했고, 지금 선언하는 건 딴 뜻이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나온 합당 선언이 오 후보와의 여론조사 대결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보내는 호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안 후보는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통합형 경선'을 제안하면서 "공당의 대표에게 소속 당을 탈당하고 우리 당(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건 무리한 이야기"라고 반발했고, 줄곧 이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제3지대를 열망하는 이들이나 중도층의 표가 대거 이탈할 수 있으니 국민의당이란 소속과 기호(4번)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랬던 안 후보가 이틀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포함한 '더 큰 2번'(국민의힘 기호)을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 '통합'까지 연달아 꺼내든 건 그만큼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 경우의 수나 조건을 놓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며 "제가 단일후보가 되든, 되지 않든, 어떤 경우라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고 야권 대통합을 이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설사 오 후보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합당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예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과거 국민의힘 입당 제안에 안 후보가 여러 근거를 대며 거절했고 그 때와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아닌 만큼 명분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의 합당 선언과 관련해 "벼랑 끝에 선 후보처럼 앞뒤 생각하지 않고 던진 자충수"라며 "선거 유불리만 따진,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보궐선거 이후에 합당하자는 건 지금 당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합당하는 게 의미없다는 건데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반대로 일단 중도의 지지를 얻어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통합하겠다는 건 이들(중도 지지층)의 표를 먹튀하겠다는 의미로 어느 쪽에서 봐도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