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름다운 단일화'한다더니 吳-安 가시돋친 설전, 이러다 한방에 훅 간다
입력 2021-03-16 09:28  | 수정 2021-03-16 16:52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1.3.15.[이승환기자]

19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앞두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신경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쪽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못한다"는 막말까지 쏟아내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안 후보측 역시 유력한 차기 주자로 떠오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연대 등 정계 개편론까지 내놓으면서 양측 기싸움은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살얼음판 같은 모습이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날선 공방에 우려가 쏟아지자 두 후보는 15일 오후 비전발표회에서 만나 "죄송하다" "잘 될 것이다"며 봉합 시도에 나섰고, 16일 첫 TV 토론을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확전 자제가 앞으로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당초 '아름다운 단일화'를 강조하던 두 후보측이 가시돋친 공방을 벌이게 된 것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의혹 여파로 선거 판세가 달라진 탓이다.
야권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기존의 신중하고 절박한 모습 대신 과거의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가 고질병처럼 또다시 도진 것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일각에선 오 후보가 3자 대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친 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를 언급하며 "3자 대결도 해볼만 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김종인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작심 비판한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에도 "그렇게 자신 없는 사람이 무슨 출마를 하려고 하냐"며 안 후보를 거듭 비판했다.
김 위원장으로선 오 후보측의 토론 제안에 안 후보측이 난색을 보이며 피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겠지만, "발언 수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안 후보는 자신의 SNS에 "정말 모욕적"이라며 "어디서 엉뚱한 소리를 듣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지 도대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발끈했다.
안 후보는 "김 위원장의 그런 옹고집과 감정적 발언에 야권 지지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도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보수와 중도를 분열시키려 하나" "박영선 민주당 후보 비판은 한번도 하지 않으면서 왜 안 후보만 물고 늘어지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어느 정도 파열음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오 후보) "과거에 묶인 사람"(안 후보) 등 저열한 인신공격이나 폄훼는 지양해야 한다.
인신 공격은 상대에게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고 극심한 후유증을 낳기 때문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성사는 중요하다.
하지만 결과에 승복하면서 양보와 희생에 따른 아름다운 단일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커녕 유권자들의 불신과 반발만 살 뿐이다.
더구나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대중적 인지도와 파괴력으로 미뤄볼 때 양자 대결이 이뤄지더라도 야권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런데도 야권이 김칫국부터 마시고 승리에 도취한 듯한, 볼썽사나운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
어떤 선거이든 만만한 승부란 없다.
지지율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부질없고 허망한 것이다.
특히 지금의 야당 후보 지지율은 야권의 혁신보다는 LH사태 반사이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야권이 지금 최선을 다해도 부족할 판에 상대방 과거를 헤집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네거티브에 몰두한다면 선거 결과는 안봐도 뻔하다.
맹자는 "욕심을 절제하고 양심을 발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사람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제라도 두 후보가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정권 독주를 막겠다는 대승적 자세로 나서야 한다.
누가 지든 끝까지 승자를 돕고, 아름다운 패자로 남아 내년 대선을 기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가급적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훈수를 두는 사람이 판까지 깨서는 안될 일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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