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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바사, 기관 85% 의무보유…'따상상상' 바이오팜보다 유통물량 적네
입력 2021-03-15 17:38  | 수정 2021-03-15 20:34
연기금, 공제회, 자산운용사 등 기관에 배정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중 무려 85%가 상장일 매도 불가능한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이상 보유 의사를 밝힌 기관이 많은 공모주를 받아가면서 수요예측 때보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높아졌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처럼 '따상(상장 당일 시초 가격이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종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것)'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2일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통해 기관 배정 및 공모청약 현황을 추가로 밝혔다. 기관에 배정된 공모주는 총 1262만2500주였으며 이 중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무려 85.3%에 달했다. 앞서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에서는 60%가량이 의무보유 확약을 신청한 바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확약을 제시한 기관에 가중치를 두고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해준 것"이라며 "인기 많은 공모주 배정 시에는 확약을 조금이라도 한 곳이 우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의무보유 확약이란 공모주를 배정받은 뒤 일정 기간 팔지 않는 것을 뜻한다. 보호예수 혹은 록업(Lock-Up)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관들은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해 주당 가격과 확약 기간을 함께 써 낸다. 인기가 많은 공모주일수록 확약 기간을 길게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발행사와 주관사 입장에선 기관이 공모주를 오래 보유하고 있어야 회사 주가를 지탱할 수 있다.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관에 가점을 주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은 이유다. 통상 기관들은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등 네 가지 중 하나를 택해 확약 기간을 제시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확약 비율은 지난해 상장 이후 대박을 거뒀던 기업들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따상상상'이란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긴 SK바이오팜은 52.3%, '따상상'을 거둔 카카오게임즈는 72.6%였다. 전체 의무확약 물량 중에선 6개월 비중(31.3%)이 가장 높았으며 3개월(26.4%), 1개월(24.7%)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수요예측 당시 확약을 신청한 건수는 총 857건이었고 6개월은 약 22%였다. 그만큼 6개월 확약을 제시한 기관이 많은 공모주를 받아갔다는 얘기다.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주를 배정할 땐 양적 요건과 질적 요건 두 가지 원칙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며 "수요예측 신청 현황을 보고 발행사와 주관사 재량으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양적 요건이 공모주 신청 수량이라면 질적 요건에선 펀드 운용 규모, 기존 공모주 참여 이력 등이 고려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배정 결과를 보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연초 이후 상장에 나선 조 단위 대어 중 처음으로 '따상'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일 4조9725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으로 증시에 입성한다. 이 중 대주주 및 기관의 의무 확약 물량을 제외하면 전체 물량의 11.5%인 879만주가 유통 가능한 물량이다. 이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유통 가능 물량 대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상장 당일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생각보다 확약 비율이 높아서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면 따상까지는 가능해 보인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해 대형 기관들이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장기간 주가 추이가 더욱 우호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따상이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현상인 만큼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한 상장 주관사단 관계자는 "따상 가능성 유무를 전망한다는 것은 특정 종목의 주가 추이를 추측하는 행위와 똑같다"며 "상장일 시장 상황, 외국인 및 기관 수급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따상만 보고 투자를 검토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조언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선 한 주도 못 받은 고객이 2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정 물량이 적었던 삼성증권(5%), 하나금융투자(5%)에선 각각 22만4000명과 5만7000명의 고객이 한 주도 받지 못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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