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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야구선수였단다” 윤정우, 중학교 교사로 ‘인생 2막’ [안준철의 휴먼터치]
입력 2021-03-15 11:44  | 수정 2021-03-15 12:08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시절 홈런을 때리고 홈으로 달려오고 있는 윤정우. 이제 중학교 체육 교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저도 아직 어색해요. 중학교를 다시 다니는 기분입니다.”
‘새내기 교사 윤정우(33·전 SK와이번스)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전화기 넘어 들리는 목소리에는 여유가 넘쳤다.
기자도 호칭이 어색했다 이제는 선수가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말이 잘 안붙는다”고 하니까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었다. 지난 2월, 2019시즌을 끝으로 SK(현 SSG랜더스)에서 방출된 외야수 윤정우는 2021년 중등교원임용경쟁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3월부터는 경기도 의왕시 덕장중학교 체육 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타율 0.229 3홈런 15타점 15도루를 기록한 윤정우는 원광대를 졸업한 2011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고향팀인 KIA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트윈스로 팀을 옮겼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는 다시 2차 드래프트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2017년 초반에는 트레이드로 SK로 건너왔다.
건장한 체격에 발이 빠르고, 장타력을 갖춘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윤정우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2019시즌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다가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미 상무 시절 한차례 부상을 당했던 부위였다. 결국 그해 말 SK에서 방출되며 은퇴했다. 윤정우는 1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2군 기록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도루를 많이 시도했다. 그러다가 다쳤던 곳을 또 다쳤다. 처음에는 크게 다친지도 몰랐고, 처음에는 재활을 하다가 수술을 하면서 (선수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 생활 동안 팀을 자주 옮겨서 또 새로운 팀에서 적응을 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정우는 보통 은퇴한 야구인들이 선택하는 길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야구선수가 은퇴하면 야구 코치를 하던지, 레슨장을 하는데,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예전부터 가르치는 것에 흥미가 있었고 대학교 전공도 체육교육학이었다. 누나도 광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어서, 교원임용시험을 권했다. 내 자신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중등 교사에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고향 광주에서 중등교원임용시험을 준비했던 윤정우. 하루 12시간 이상 책과 씨름했다. 사진=윤정우 제공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던 기억이 별로 없는 윤정우였다. 그래도 하루에 12시간 이상 책과 씨름했다. 윤정우는 고향에 내려가 처음에는 독서실에 다녔는데, 내 덩치에 너무 좁더라. 그래서 원룸을 잡고 거기서 먹고, 자면서 책을 봤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힘들었다. 야구도 보지 않고 책만 봤다(웃음)”고 말했다.
중등교원임용시험 경쟁률을 봤을 때, 시험 준비 1년 만에 합격은 대단한 결과다. 윤정우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프로에 지명됐을 때만큼 좋아하셨다”며 웃었다.
이제 새내기 교사로서 도전은 시작됐다. 1학년 학급 담임도 맡은 윤정우는 지난 2일 개학과 맞춰 제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라 그런지, 엄청 순수하더라. 내가 아직 모르는 게 많은데,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나도 다시 중학교부터 다니는 기분이다”라며 껄껄 웃었다. 선생님이 야구선수였던 걸 아는 제자들도 있다. 윤정우는 개학하고 PPT로 내 소개를 만들었는데, (야구선수였다는 걸) 아는 아이들도 있더라. 나도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빨리 라포(rapport·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게임도 하고 그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고 있는 원격 쌍방향 수업도 아직은 어색하고 어렵다. 윤정우는 아무래도 담당 교과가 체육이니, 같이 운동장에서 땀을 흘릴 수 없는 게 아쉽다. 기초체력을 증진시키는 체조 동작 등을 알려주고 있긴 한데, 어렵다. 빨리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땀을 흘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며 사실 야구를 할 때는 컴퓨터도 많이 써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은 게 많다. 동료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도 많이 챙겨주신다. 내가 많이 물어봐도 선생님들이 싫은 내색도 하지 않으시고, 전문적 교육공동체라며 알려주신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쌍방향 원격 수업 중인 경기도 의왕시 덕장중학교 윤정우 교사. 사진=윤정우 제공
이제 교사로서 인생 2막을 연 윤정우다. ‘선생님으로 포부와 각오도 다시 새겼다. 올해는 야구도 자주 보고, 프로스포츠에 대한 것도 학생들에게 많이 얘길 해주고 싶다. 동아리 활동 중에 티볼이 있는데, 티볼을 통해 야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생기게 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갖춘 사람들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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