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군복만 봐도 무섭지만"…무릎 꿇어 시위대 지켜낸 미얀마 수녀
입력 2021-03-14 10:03  | 수정 2021-03-21 10:05

"어릴 때 군부가 이웃을 죽이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군복 입은 사람만 봐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당에 피신한 사람들을 지켜야 했어요. 나를 쏘면 기꺼이 죽으려고 했습니다."

미얀마 북부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인 안 누 따웅(45)이 어제(13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안 수녀는 지난달 도로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고 무장 경찰들에게 시위대를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그는 당시 경찰들에게 시민들에게 발포하지 말라면서 "정녕 쏘겠다면 나를 대신 쏴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 수녀는 당시 경찰과 보안군에 쫓기던 시위대가 성당으로 피신한 상태였다면서 "그들을 지키려면 내가 성당에 머물러야만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들이 나를 쏘면 기꺼이 죽으려 했다"면서 "그들이 내 눈앞에 있는 죄 없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볼 수는 없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안 수녀는 미얀마 사태를 전쟁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머리에 총을 맞은 남성이 바로 옆에서 쓰러지는 걸 본 적 있다면서 "우리는 살려고 도망쳤고, 경찰은 계속 총탄을 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찰은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군부 통치하에서 유년기를 보낸 안 수녀는 "어릴 적 이웃들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면서 "사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두렵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안 수녀는 미얀마에 다시 한번 암흑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문민정부 하에서 지낸 5년은 정말 행복했다"면서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언제 붙잡혀갈지, 언제 죽을지 몰라 낮이고 밤이고 두려움에 떤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부정이 있었음에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이후 미얀마에서는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군부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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