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삼성, 美 20조투자 최후통첩…"전기 수도 비용 감면해달라"
입력 2021-03-13 11:32  | 수정 2021-03-13 15:08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 오스틴법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공장 투자와 관련해 미국 텍사스주에 수도세 감면 등 추가적인 세금 공제를 요청하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현지 법률대리인을 통해 "세금공제 보상이 없으면 애리조나주, 뉴욕주, 한국으로 신공장 투자 지역을 바꿀 수 있다"고 보다 강력한 문구를 적시해 사실상 20조원 투자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은 텍사스주가 운영하는 세금민원 홈페이지에서 지난 2월 26일 삼성전자가 오스틴시 로펌을 통해 제출한 세금공제 요구 제안서를 확인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 1월 18일 삼성전자가 최초 제출한 제안서를 확인해 <삼성전자 "20조 美반도체 투자···세금 20년간 줄여달라">고 단독보도했고 이를 국내 다른 매체와 외신들이 일제히 추종보도했다.

총 107페이지에 이르는 1차 제안서에는 삼성전자는 한화 2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반도체 신규공장을 오스틴시에 지을 경우 유발되는 경제효과를 상세히 설명하며 향후 20년 간 텍사스주가 총 9억 달러(약 1조원)의 세금 감면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텍사스주는 대기업 유치를 위해 최대 10년 간 부동산 및 재산 증가분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를 면세하는 세제감면책(AVL)을 제공하는데, 삼성전자는 이보다 두 배 더 연장된 감면 보상을 요청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현지 로펌을 통해 최근 제출한 2차 수정 제안서에서 텍사스주와 오스틴시가 적극적인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할 경우 향후 20조원을 투자할 신공장 부지(붉은 선)를 표기하고 있다. 신규 공장은 현 오스틴 반도체 공장 내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주정부와 시정부가 재산세 감면과 더불어 ...
그런데 본지가 이번에 새롭게 입수한 2차 제안서에서 삼성전자는 AVL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게 △전력·수도요금 등 유틸리티 비용 감면(rate reductions) △기타 비현금성 지원(non-cash benefits ) 등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텍사스주를 강타한 이상한파로 인해 전력·수도 공급망이 끊기면서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강제 셧다운시키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이 역시 매일경제가 최초 보도한 사안으로, 오스틴 공장은 셧다운 사태 한 달을 맞았지만 아직도 공장 정상화가 안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자칫 오스틴공장에서 평균 분기 매출인 약 1조원의 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최초 제안서에서는 명시하지 않았던 유틸리티 세율 완화를 이번 수정 제안서에 넣은 배경에는 이번 셧다운 사태에 대한 삼성의 위기와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오스틴 공장 인근에 위치한 다른 반도체 기업인 NXP는 오는 15일까지 초기 재가동 점검을 마치고 이번주 중반부터 완전 정상가동에 들어간다.
삼성 공장 대비 설비와 인력이 절반 규모밖에 안 되는 NXP조차도 12일(현지시간) 내주 본격 가동 계획을 알리면서 "이번 사태로 우리는 2분기에 1000억원 이상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NXP보다 한층 첨단화한 미세 공정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모든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도 4월 초부터 완전한 정상가동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2차 제안서가 사실상 텍사스주와 오스틴시를 상대로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또 있다.
1차 제안에서 삼성전자는 세금감면을 '(오스틴시 투자를 확정할) 결정적 요인'이라고 비교적 점잖게 표현했다.
그런데 이번 수정 제안서에서는 "우리의 프로젝트는 아주 경쟁적인 상황으로 애리조나주와 뉴욕주, 그리고 한국 모두에서 강력한(robust) 재산세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텍사스주와 오스틴시가 다른 후보지 지방정부의 이 같은 매력적인 제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제안서 마지막 문장에서 텍사스주가 삼성의 세금감면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번 프로젝트 후보 지역을 변경할 것(locate the project)"이라고 못박았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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