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담요 안으로 남자가 들어왔다" 동일본대지진 대피소 여성 충격증언
입력 2021-03-13 11:02  | 수정 2021-03-20 11:08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가운데 사고 당시 난민대피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NHK는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맞아 '묻힌 목소리들(Buried voices)'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서는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 3개 현에서 살았던 여성들의 성폭행 피해를 다뤘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본 태평양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다. 쓰나미를 동반한 강진은 동일본을 강타했고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대피소로 피신했다. 당시 대피소에는 칸막이도 없었고 담요가 전부였다.
악몽과 같은 대혼란 속 대피소에서는 또 다른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

NHK에 따르면 지진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은 "대피소장이 '남편이 없어서 큰일이네. 수건이나 음식을 줄 테니 밤에 와'라며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20대였던 또 다른 여성은 방송에서 "밤이 되면 여자가 누워 있는 담요 안으로 남자가 들어왔다"며 "여자를 잡아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가 옷을 벗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들이 이상해졌다"고 토로했다.
학대 증언도 나왔다. 한 여성은 "여러 남자에게 학대 당했지만 살해 당할까봐 무서웠다"며 "죽어도 쓰나미 탓을 하면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여성 전용 상담 라인 '동행 핫라인'은 지난해 2월 2013~2018년 사이 접수된 36만여 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3개 현에서 상담의 절반 이상이 성폭력 피해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boyonda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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