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려견 물림 사고에 "저 주세요, 양념 해 끓여먹게" 조롱
입력 2021-03-13 09:44  | 수정 2021-03-20 10:05

'아직 안 죽었으면 저에게 보내주세요. 양념 맛있게 해서 끓여 먹겠습니다.'

최근 반려동물 쿤자(몰티즈·1세)가 애견 유치원에서 대형견에 물린 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움을 청했던 서모(29)씨는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찾지 못해 SNS를 통해 도움을 청한 그에게 한 누리꾼이 쿤자를 끓여 먹겠다며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피해 사실을 알리고 제2의 쿤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상을 올렸지만 '개를 유치원에 보내는 게 방치지, 난 또 뭐라고'라며 비꼬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이 누리꾼은 '보호자가 보호의 의무를 안 하면서 물렸다고 난리 치는 꼴이란…개 키울 자격 없는 사람들'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이에 서씨는 "사고 이후 평소 하지 않던 SNS를 하며 댓글 하나하나에 마음 졸이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데 악성 댓글들이 더 힘들게 만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서씨의 반려견 쿤자는 지난 5일 강원도 한 애견유치원에서 대형견인 래브라두둘(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푸들을 교배한 개)에게 물려 크게 다쳤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쿤자를 맡겼던 서씨는 불과 30분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호흡이 멈추고, 혀가 말려 들어가고, 몸이 굳은 상태로 발견된 쿤자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단 결과 두개골 골절, 경추 손상, 뇌출혈 등 진단을 받았습니다.

뇌 손상이 심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남은 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도 있는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병원 측의 관심과 보살핌 덕에 빠른 회복을 보이지만, 이 일로 서씨는 불과 일주일 만에 체중이 5㎏이나 줄어들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서씨는 "대형견과 소형견 구역이 따로 있었음에도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며 "책임을 떠나 안일하게 취급되는 문제로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어 부디 저와 같은 사고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애견유치원 측은 오픈 전 잠시 반려견 대소변을 치우던 찰나에 사고가 일어난 점에 사과를 표했습니다.

서씨는 또 "이번 일로 유사 사례나 판례 등을 찾았으나 찾기도 힘들고, 책임과 보상도 터무니없었다"고 했습니다.

서씨 말 따라 실제로 애견유치원 내에서 반려견 사이에서 일어난 물림 사고의 경우 그 사례나 판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상으로 넓혀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는 있으나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생명'이 아닌 '물건'에 불과해 피해자 측에서 만족할 만한 형사처벌이나 보상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엄연한 가족이지만 그 가치가 사람과 견줘 한참 못 미치기에 피해자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서울 한 애견호텔에서는 맡긴 반려견이 다른 대형견에 물려 죽자 화를 참지 못하고 똑같이 죽이겠다며 둔기를 들고 애견호텔에 찾아갔다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다인 가구 중심의 법제도 개선을 위해 최근 전담반(TF)을 꾸려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하는 동물의 비물건화, 반려동물 압류금지 등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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