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농민 아닌 LH직원도 조합대출?" 규제 틈새된 상호금융
입력 2021-03-11 17:20  | 수정 2021-03-14 12:4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와 관련한 대출 대부분이 3기 신도시 인근 단위농협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협, 수협, 축협 등 상호금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어민 조합원의 자금 융통을 돕기 위해 설립됐지만 금융당국 규제의 빈틈을 타 일반인이 주택이나 땅 투자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이후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상호금융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농협, 수협, 축협 등 상호금융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8조원7010억원으로 사상 첫 3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7조338억원 늘어났다. 시중 은행권 가계 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상호금융이란 농협, 수협, 축협 등 단위조합을 통해 제한된 형태의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뜻한다. 농어민 조합원의 영세 자금을 예탁받아 이를 다른 조합원에게 융자해줌으로써 상호 간 원활한 자금 융통을 꾀하는 호혜 금융의 일종이다.
정부가 부동산을 안정화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조이면서 농어민이 아닌 일반인이 주택이나 토지를 매매하기 위한 대출 우회로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일반인이 단위농협 대출을 받을 때 반드시 조합원이어야 한다거나 농어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LH 직원들은 이미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받은 터라 이 서류와 농지를 담보로 대출이 나가게 된 것"이라며 "단위농협은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지 알아볼 권한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상호금융 대출은 시중은행보다 심사가 까다롭지 않고 상대적으로 금융당국 감시를 피하기도 쉽다. 제1금융권보다 2배 이상 금리를 주고서라도 더 많은 대출 한도를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상호금융을 주로 찾는다.

상호금융은 금융위원회 행정지도에 따라 토지나 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을 내줄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40~70%로 적용한다. 담보물 회수 가치에 따라 최대 10%를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은행은 토지나 상가 등은 아파트보다 담보 가치를 책정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해 대출을 많이 해주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LH 사건처럼 농지 매수인의 경우 개발 정보를 포함해 그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단위농협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한도로 대출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도 느슨하다. DSR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뜻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시중은행은 전체 여신에 대한 평균 DSR 40%가 목표치지만 상호금융은 160%, 저축은행은 90%, 보험사는 70%, 캐피털사는 90%, 카드사는 60%가 각각 목표치다. 각 금융기관은 평균 DSR만 규제 비율 이내로 맞추면 되니 이보다 높은 비율로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보다 당국 감시가 소홀할 수 있다는 점도 대출자가 상호금융으로 몰리는 이유다. 농협과 축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에 각각 감독 권한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상호금융 대출 규제와 관련해 검사하기는 쉽지 않다.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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