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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레터] '초딩 놀이터' 상장 첫날 54% 급등…로블록스 투자 리스크는
입력 2021-03-11 13:48  | 수정 2021-03-23 08:54
"OO엄마, 제발 OO는 로블록스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요. 저희 애들은 하루종일 이것만 해요."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집에서 가족 동반으로 저녁을 하다가 지인의 배우자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들이 팬데믹 이후 로블록스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고 고민을 토로하더군요.
로블록스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집도 꾸미고, 게임을 하다보니 하루종일 방안에서 나오지를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저도 로블록스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자이앤트레터 구독자 여러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초딩 놀이터' 로블록스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의 55%가 가입했을 정도인데요. 이제는 전세계로 로블록스 열풍이 번지고 있네요.
`메타버스`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게임기업 로블록스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로블록스 입성을 축하하는 플랭카드가 걸렸습니다. [박용범 특파원]
'메타버스' 시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게임기업 로블록스(RBLX)가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가 중단해서 그 배경이 궁금했었는데요. 이후 직상장으로 방법을 바꿔 뉴욕증시에 이날 상장됐죠.
일반적인 IPO와 달리 직상장은 신주 발행을 하지 않습니다.
뉴욕증시에 상장하면,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대형 플랭카드를 걸어주는 관례가 있는데요. 이날 직접 월스트리트에 나가 봤습니다.
로블록스로 게임을 하는 모습 [자료=로블록스 동영상 캡처]
로블록스는 이날 64.50달러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로블록스는 신주 발행이 없는 직상장 방식을 택하다보니 공모가가 정해지지 않았었습니다.
보호예수 기간이 따로 없어 기존 주주들은 상장 첫날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가 극심한 널뛰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죠. 하지만 주가가 오른 것을 보면 투자자들은 로블록스의 향후 성장성에 더 점수를 준 셈입니다.
이는 지난 1월 투자 유치시 평가액인 주당 45달러(기업가치 295억달러)보다 43.3% 높은 수준인데요.
첫 거래가 시작된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습니다. 오후 2시께 74.83달러까지 오른 뒤에 다소 하락, 69.5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일부 차익 실현 물량에도 불구하고 이날 하루 54.4% 오른 셈이죠.
로블록스 가상 스튜디오 모습 [자료=로블록스]
메타버스는 초현실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가상세계를 뜻하는 개념입니다.
2014년 설립된 로블록스는 블록으로 구성된 가상의 세계에서 아이템을 사서 본인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친구를 사귀는 등 다른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입니다.
레고에 익숙한 사람이면 더 친숙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이용자는 가상화폐인 로벅스를 구입해, 각종 아이템을 살 수 있죠.
로블록스 컨텐츠 제작 관련 샘플 영상 일부 [자료=로블록스]
로블록스 상에서 컨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새로운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작한 컨텐츠를 로블록스에 제공, 로블록스로부터 대가를 받는데요. 약 800만명이 일종의 개발자로 이런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급된 금액이 지난해에만 2억14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2018년(8800만달러), 2019년(1억3300만달러)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로블록스 입장에서는 가장 큰 비용 중에 하나인데, 참여자 기반 컨텐츠 생산에 쓰이는 돈이니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봐야겠죠?
이렇게 참여자 기반 게임이 만들어지다보니 현재 만들어진 게임만 5000만개가 넘습니다.
자체 가상화폐인 로벅스를 중심으로 한 로블록스 생태계 개념도 [자료=로블록스]
재무실적은 어떨까요?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82% 증가한 9억 239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1억 5000만명이며, 하루 접속자수는 400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로블록스는 올해 1분기, 2분기, 연간 실적 전망을 아주 상세하게 공개했는데요. 자신감의 표현이겠죠. 지난해에 이어 폭풍 성장을 예고했습니다.
일일 활성 이용자(DAU)는 3760만명~3960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59~6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용시간은 전년 동기대비 76~85%늘어난 86억~90억시간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배 수준(98~107%)인 3억2000만달러~3억3500만달러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구요. 연간 매출은 전년대비 56~64% 늘어난 14억4000만달러~15억15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캐나다 외 지역에서 성장률이 더 빨라진 로블록스 [자료=로블록스]
이용자가 지역별로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서유럽과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 이용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유럽지역 일일 활성 이용자(DAU)는 지난해 93%가 늘어나 미국·캐나다(69%)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로블록스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을 넘어, 성인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지난해의 경우 13세 이하 일일 활성 이용자(DAU)는 72% 늘어났지만, 13세 이상 이상 이용자는 107%가 늘어났습니다.
13세 이상 이용자 비중이 커진 로블록스 [자료=로블록스]
이런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로블록스가 최초 IPO로드쇼를 다닐 때 기대했던 기업가치는 약 80억달러였습니다.
이후 상장 과정에서 계속해서 밸류에이션이 올라갔고 상장 첫날 기업가치는 453억달러로 치솟았습니다. 창업자 겸 CEO인 데이비드 바주키(David Baszucki) 지분은 46억달러로 평가받았습니다.
로블록스의 폭풍 성장세는 코로나19 확산세와 정비례 관계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런 점이 앞으로는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집콕' 수혜주로 성장성이 높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블록스가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거래가 시작된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현장 모습입니다. [박용범 특파원]
미국 최대 학군인 뉴욕시는 아직 제약이 많지만 뉴욕주의 경우 3월부터는 격일 등교에서 매일 등교로 지침을 바꾸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뉴저지주 역시 등교 일정을 늘리며 단계적으로 정상화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조지아주 등에서는 훨씬 이전에 정상 등교를 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으로 점차 일상이 돌아오면 성장성이 어느 정도 제약될지를 잘 봐야할 거 같습니다.
기록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아직은 손실(지난해 2억 5300만달러)을 내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속도 역시 함께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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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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