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급 휴직에도 마통 뚫어 우리사주 넣었다" 대한항공 직원들 왜?
입력 2021-03-10 23:06  | 수정 2021-03-11 07:44
[사진 출처 : 대한항공]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A씨는 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다. 최근 실시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마이너스통장까지 뚫어 우리사주조합 청약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진행한 우리사주가 올해 들어 두 배 넘게 올랐던 만큼 무리해서라도 들어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월급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기댈 건 우리사주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최근 진행된 대규모 유상증자에서 일인당 2500만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직원들이 2배 정도의 수익이 낸 영향이 크다. 이번 유상증자 신주(주당 1만9100원) 역시 현 시세(10일 종가 2만7150원)와 비교해도 약 4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4~5일 대한항공이 진행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우리사주조합 청약은 총 4700억원이 들어왔다. 주당 가격은 1만9100원으로, 1만8000여명인 대한항공 직원들이 1인당 2500만원 가량 자사주를 사들인 셈이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들의 유상증자 청약률은 104.85%로 발행예정주식수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3조3000억원대 유상증자를 마쳤다. 대한항공은 지난해에도 1조2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신주 가격은 1만4200원으로, 우리사주조합이 1047만6531주를 사들였다. 직원당 약 8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이번까지 더하면 평균적으로 대한항공 직원 1명당 사들인 주식은 3300만원 수준이다.

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이 순환 휴직을 시행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도 시행한 바 있다.
학습효과 영향도 크다. 지난해 1만4200원에 대한항공 신주를 샀던 직원들은 현 주가만 고려해도 약 배 정도 수익을 올렸다.
대한항공 직원 B씨는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에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회사에 악재가 쏟아져 신주 가격이 저가였음에도 직원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작년보다 신주 가격이 올랐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코로나19 백신 수송,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객 수요 회복 기대감 등으로 호재가 기대돼 직원들의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3조3000억원대 실탄이 확보된 대한항공은 이중 절반 정도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쓸 예정이다.
대한항공 유상증자가 언제나 성공했던 건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5년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신주 가격을 3만5200원으로 책정했지만 각종 악재로 주식이 2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직원들의 피해가 컸다. 당시 우리사주를 샀던 직원 중 일부는 아직도 수익실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내에서도 유증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있다. 대한항공 직원 C씨는 "지난해 유상증자에 이어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 또 다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건 오히려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 것"이라며 "일부 직원들의 무급 휴직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우리사주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주식담보대출 이자를 지원해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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