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 '공정' 말한 날 尹도 '공정'…다시 떠오른 조국 기억?
입력 2021-03-10 18:25  | 수정 2021-06-08 19:05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 행위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와 같은 여섯 번째 공개 메시지를 낸 건 이 정권의 기치인 '공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해당 의혹이 불거진 바로 다음 날부터 다섯 번에 걸쳐 "발본색원하라",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하라" 등의 특별 지시를 내렸습니다.

조사의 깊이와 넓이에 제한을 두지 말고 국민적 불신과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파헤치라는 겁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문 대통령이 직접, 연달아,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낸 건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고 비상하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교롭게 윤석열 전 총장도 이날 LH 사태를 놓고 두 번째 발언을 내놨습니다. 특히 '공정'과 '청년'을 여러 차례 언급한 점이 눈에 띕니다.



지난 4일 사퇴 이후 칩거 중인 윤 전 총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LH 투기 사태는 게임룰조차 조작되고 있어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건데,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검찰총장으로서 수사 방식과 방향 등에 대한 제언 대신, '공정'이란 가치를 부각하고 '청년의 절망'에 공감을 표한 겁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본인이 검찰총장 당시 가지고 있던 신념을 대중에게 강조한 걸테고,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공정의 대명사로 삼아가겠다는 전술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LH 사태를 계기로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조국 사태'를 절절하게 상기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공정한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 사이에서 싹 텄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면, 이번 LH 사태로 아예 '불공정 사회'란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LH 직원들에 국한됐던 일들이 여권 인사와 그 가족들도 연루됐다는 정황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42명에게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을 묻은 결과, 응답자의 45.2%가 "(과거보다) 현 정부가 더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어 "과거 정부보다 더 높은 편"은 35.9%, "비슷하다"는 15.3%, "잘 모르겠다"는 3.6%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과 여권 입장에선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재보궐 선거의 악재이기도 하지만, '조국 사태' 때처럼 다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이 시점에 '공정'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현 정권과 등 돌리게 된 '조국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거란 해석이 나옵니다.

오창석 시사평론가는 "LH 사태는 현 정권에만 국한된 이슈는 아니고 직업 윤리와 공직 기강 해이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반드시 '제대로 된' 수사 결과가 나와야 지금 (정부가) 입은 타격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일단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시기적으로 봤을 땐 윤 전 총장에게 반사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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