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박영선 되면 구도심 '호호'…오세훈·안철수 되면 재건축 '날개'
입력 2021-03-10 18:02  | 수정 2021-03-10 23:42
◆ Rebuild 서울 ◆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부동산 이슈'가 한층 더 파괴력이 커졌다.
투기 문제가 일어난 3기 신도시 자체가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만큼 후보들의 주택 공약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권 승리 시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이 지속되고, 야권 승리 시엔 한강변 35층 규제나 재건축 규제가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매일경제는 학계 등의 저명한 부동산 전문가 6명에게 주요 서울시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검증을 의뢰했다. 설문에는 권대중 명지대 교수, 심교언 건국대 교수, 이창무 한양대 교수, 임재만 세종대 교수, 정창무 서울대 교수, 제해성 아주대 명예교수(가나다순)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후보들 공약을 액면 그대로 보지 않고 그동안의 개인적 행보와 소속 정당 노선에 비춰 평가했다. 가령 한강변 35층 규제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이를 풀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행 가능성은 별도로 봤다.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해 0점(실현 가능성 없음)부터 10점(100% 실현 가능)까지 점수를 매긴 결과 박영선 후보는 5.16점, 오세훈 후보는 8.5점, 안철수 후보는 8.8점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가 한강변 층고 규제를 풀 가능성을 대략 50%로 전망한 것이다.

35층 층고 제한은 박 전 시장이 '2030 서울 도시 기본계획'을 통해 내놓은 규제다. 주거용 건물의 경우 용도 지역과 입지를 불문하고 모든 곳에서 건물 최고 층수를 35층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박 후보는 한강변 35층 이상 아파트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여당 후보가 박 전 시장의 노선을 단번에 180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정 교수는 "박 후보는 박 전 시장의 '공공 주도, 민간 경시' 경향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가 차이가 나는 부분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태도다. 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같은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사업 진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약 실현 가능성' 오 - 박 - 안 順…'집값 안정 효과'는 비슷

서울시장 후보 부동산대책
도시 전문가 '현실성' 진단

박영선 '21분 도시' 비전 호평
공공 주도 방식엔 찬반 엇갈려

오세훈, 재건축 사업에 우호적
도심고밀 맞춤형 주택공급 강조

안철수, 층고완화 등 기대되나
75만가구 '의욕' 구체성 떨어져
매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 6인에게 주요 서울시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을 검증한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순으로 주택 공약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이 후보별 주택 공급 대책의 현실성에 대해 0점(실현 가능성 전무)부터 10점(100% 실현 가능)까지 점수를 매긴 결과, 서울시장을 해 본 오 후보가 평점 5.8점으로 가장 높았고, 박 후보는 4.8점, 안 후보는 3.8점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나다순)가 참여했다. 제 명예교수는 "오 후보는 맞춤형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주요 재건축 사업에도 우호적"이라며 "도심 내 고밀 개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차별성을 보이겠지만 오 후보의 정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의사 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을 강조하는 박 후보의 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임 교수는 "개발이익을 공유하면서 사적 이익도 어느 정도 보장하는 공공 주도 재건축·재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 교수는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어느 것이든 부동산 불로소득 회수는 어려운 구조"라며 "오히려 정보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시장 혼란만 가중시켜 좋지 않다"고 피력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를 국가 또는 행정기관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건물 토지에 대해서는 임대료만 낸다.
안 후보는 '주택 74만6000가구 공급'이라는 목표로 규모 자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부분에서 의욕은 넘치지만 실제 실현 과정에서 구체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민간 재건축·재개발에는 가장 적극적인 후보로 평가됐다.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적극 확대할 가능성이 기대된다. 권 교수는 "용적률 완화와 한강변 층고 규제 완화 등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박 후보(4.5점), 안 후보(5.0점), 오 후보(5.0점)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임기가 1년에 불과하고, 부동산 정책들이 표심 자극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제 명예교수는 "선거공약은 실현 가능해야 하나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어 아쉽다"며 "야당이 승리하면 정부 협조가 필요한 정책들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여당이 승리하면 정부 정책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돼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여야 후보 간 가장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대한 생각이었다. 2015년 박 전 시장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1호로 선정해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이 사업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시 사장이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맡았다. 이에 대해 여권인 박 후보는 우호적인 반면, 야권인 오 후보와 안 후보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제 명예교수는 "박 후보가 문재인정부 주요 정책인 도시재생사업을 계승할 것"이라며 "반대로 안 후보는 도시재생사업의 실패 사례로 창신동을 언급한 만큼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 후보는 창신동을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이자, 전시행정으로 보기 때문에 다른 개발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박 후보는 '21분 도시'라는 도시계획 비전을 제시한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인구 1000만명인 서울의 공간 구조를 인구 50만명 기준의 21개 다핵(多核) 구조로 재편하는 방안이다. 시범사업지로 서울 여의도를 꼽았는데, 의사당대로를 지하화해 그 위에 공원과 스마트팜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다른 후보는 부동산 대책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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