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형주 매수 주의보…중소기업 2곳 중 1곳 이자 못내는 '좀비기업'
입력 2021-03-10 18:00  | 수정 2021-03-10 19:30
◆ 코로나 1년 금융부실 청구서 ◆
증권시장에 상장된 중소기업 2곳 중 1곳이 사업을 해서 은행 이자도 못 내는 사실상 '좀비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소상공인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한 금액이 지난해 60%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 1년 동안 금융당국의 지휘 아래 은행과 서민금융기관들이 '묻지마 대출'을 늘린 게 향후 막대한 부실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자산 5000억원 이하 상장회사 1389곳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이 전체의 646곳(46.51%)에 달했다. 중소기업법에서 중기는 자산 5000억원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도 안된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한계기업' 또는 '좀비기업'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한계기업 비율은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32.2%, 2018년 38%, 2019년 39.4% 등 30%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50%대까지 치솟았다.
부실 우려에도 대출이 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곳간도 위기에 빠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 정책자금 연체액은 올해 1월 1934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5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은행 中企대출 500조 훌쩍 …"정부 눈치에 좀비기업까지 돈 빌려줘"


中企대출 작년보다 55조 늘어
대기업·가계보다 연체율 높아

5대은행 대손충담금 눈덩이
1년새 2.5배 늘어 작년 2.5조

지자체 보증 소상공인 대출도
연체율 급증하며 '부실 뇌관'
"코로나19 금융부실 청구서가 날아온다."
정부와 금융권이 코로나19로 급락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금융 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실행한 지 1년 만에 금융부실이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때는 그 충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충격의 시발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서부터 발견된다. 대기업이나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중소기업대출이 올 들어 500조원을 돌파하며 금융권에 부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자영업자(소호)를 포함한 중기대출 잔액은 50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기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월 말 416조7000억원에서 2020년 1월 말 448조원으로 1년 새 7.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6.8%)과 엇비슷했다. 이후 코로나19 1년 동안(2020년 1월 말~2021년 1월 말) 중기대출은 무려 55조원(12.3%)가량 급증하며 은행권 부실의 뇌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기대출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시중은행 연체율만 놓고 보면 중기대출이 대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보다 높은데도 당국의 규제는 가계대출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B은행의 지난 1월 말 중기대출 연체율은 0.38%로, 대기업대출 연체율(0.17%)보다 2배 이상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기나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대인 것은 매출 감소만 증명하면 원리금 상환이 유예됐기 때문"이라며 "은행 내부에서도 연체율 수치보다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의 연체율 비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대출의 부실 정도는 중소기업 상장사의 이자보상배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1 미만인 곳은 사업 경쟁력을 상실한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율은 2019년 39.4%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46.5%로 급등했다. 이 같은 부실 우려에도 은행들이 중기대출만 늘리고 있는 것은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 자금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금융부실 우려를 당국이 모를 리 없다고 보고 있다. 틈만 나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은행의 대손충당금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도 부실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은 향후 부실 우려로 쌓는 은행 회계상 비용 항목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9865억원으로, 1조원도 안 됐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벌어진 작년에는 이 비용이 2조520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1년 새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순익은 2019년을 정점으로 일제히 감소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보증하는 소상공인대출이 또 다른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소상공인 정책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소진공의 소상공인 정책자금대출 연체액은 올 1월 1934억원으로, 2019년 말(1228억원)보다 5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641억원)에 비해선 201.7% 증가한 규모다.

지역별 직접대출 연체율을 보면 광주가 9.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북과 울산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지역의 연체율도 8%를 훌쩍 넘었다. 문제는 소진공과 지역신보대출이 부실화되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연체액보다 신규 대출이 더 많이 늘면 연체율은 양호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난다"며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적용되는 지금이 부실 대출 처리 방안을 미리 마련할 수 있는 적정 시점"이라고 정부의 선제적 대책을 주문했다.
[문일호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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