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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한 주 준다더니"…SK바사 추첨 배분에 청약자 뿔났다
입력 2021-03-10 17:56  | 수정 2021-03-11 10:00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투자증권]
◆ 레이더M ◆
SK바이오사이언스가 60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한국 공모주 시장 역사를 다시 썼다. 빅히트와 카카오게임즈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공모주 열풍을 재점화했다. 증권사별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점이 광풍의 이유로 꼽힌다. 공모주 균등 배정이 처음 시행됐지만 경쟁률이 높아 주식을 한 주도 못 받는 청약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이틀 동안의 일반청약 기간에 증거금 약 63조6000억원을 확보했다. 청약을 접수한 6개 증권사 평균 경쟁률은 335대1이었다. NH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물량(37%)을 배정받았으며 경쟁률은 334.3대1이었다. 배정 비율이 낮은 편인 삼성증권(5%), 하나금융투자(5%), SK증권(8%) 경쟁률은 각각 443.2대1, 284.8대1, 225.2대1로 높은 편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371.5대1, 미래에셋대우는 326.3대1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들도 '영끌 청약'에 동참했다. 우리사주조합(459만주) 청약률만 97.8%에 달할 만큼 구성원 참여도가 높았다. 같은 그룹사인 SK바이오팜(60%) 청약률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미청약 물량이 소폭 생겨 일반투자자 배정 비율은 기존(25%)보다 약간 높은 25.4%로 확정될 전망이다.
이번 공모 청약 광풍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연기금·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상으로 흥행을 거뒀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일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인 6만5000원으로 확정 지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 1464곳이 참여했으며 이 중 약 77%가 6만5000원 이상 가격을 써 냈다.

의무확약 비율도 60%에 가까워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한 후 상한가)' 기대감이 한층 커진 것이다.
청약 경쟁률은 첫날부터 뜨거웠다. 15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SK바이오팜(5조9400억원)과 빅히트(8조6242억원)의 첫날 추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증권사 6곳의 모바일거래시스템(MTS) 애플리케이션이 순차적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 빅히트(58조4237억원)를 제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증거금을 확보한 기업이 됐다. 증권사 한 PB센터장은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어급이라 친척들 계좌를 하나하나씩 만들어 청약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기본적인 업무를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내방 고객이 끊이지 않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청약에는 균등배정 제도가 도입됐다. 균등배정이란 청약 물량의 절반 이상을 최소 증거금 이상을 낸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배정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공평성 차원에서 마련된 방식이 오히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 한 주의 주식도 받지 못하는 청약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배정 물량의 절반에 균등 방식을 적용하면서도, 청약 계좌 수가 균등 배정 수량을 넘어서면 추첨으로 배분하게끔 했다.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점도 과열을 부추겼다. 한 사람이 배우자, 자녀를 넘어 친척 명의까지 동원해 증권사 지점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잇달아 생겼다.
당초 금융당국은 공모주 균등배정을 도입하는 동시에 중복 청약을 금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세부 시행령이 늦게 마련되면서 이 같은 촌극이 벌어졌다. 또 다른 PB센터장은 "당국의 대응 속도가 늦어 공모주 시장이 로또와 다름없게 됐다"며 "올해 대어급 중 SK바이오사이언스에만 중복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정책 일관성이 크게 훼손된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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