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실채권·부도기업 줄었다고?…'코로나 착시' 불과
입력 2021-03-10 17:56  | 수정 2021-03-10 20:28
◆ 코로나 1년 '묻지마 대출' 청구서 ◆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지표상으로는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지원 조치와 자산시장 호황, 역대급 최저 금리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나타났다.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전월 말(0.28%)에 비해서는 상승했지만, 1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보다 0.05%포인트 오른 0.3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0.11%포인트 내렸다.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난 1년간 경제 타격이 불가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연체율 등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대출 만기를 미뤄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대출을 갚기 버거운 사업자들은 9월 말까지 신청하면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룰 수 있다.

가계 대출 연체율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산시장 호황, 역대급 최저 금리에 기댄 효과가 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주택 마련),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으로 빚을 내 사들인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단기간에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대출 상환 능력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 상황이란 뜻이다. 2년 전만 해도 연 4% 내외였던 대출 금리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차주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것도 연체율이 하락한 이유로 꼽힌다. 이자 부담으로 부실화될 수 있었던 기존 대출이 더 낮은 금리의 신규 대출로 대환되면서 가계대출의 질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과 가계의 대출 부실은 결국 수면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경제 정상화 기대로 미국과 한국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치솟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주식 등 자산시장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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