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제방까지 산 시흥 공무원…주민들 "보상 확신 없다면 못 사는 땅"
입력 2021-03-10 17:50  | 수정 2021-03-17 18:08
◆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
"주민들은 농사지어 근근이 먹고살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들은 땅 투기로 떼돈을 벌고 있었네요."
10일 광명시와 시흥시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로 공무원까지 신도시 지정 전 토지 매입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주민들 분노가 들끓고 있다.
광명7동에 사는 김 모씨(61)는 "이 지역 토박이들은 신도시 지정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며 "결혼을 앞둔 우리 애들 집도 못 구한 상황이다. 뉴스를 보다 화가 치밀어 TV를 꺼버렸다"고 말했다. 시흥시 신천동에 사는 한 주민도 "공무원 가족들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차명 거래 등도 있을 수 있으니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날 오후 광명시 소속 공무원이 지난해 산 것으로 알려진 노온사동의 한 필지에서 만난 주민은 "이 땅에는 원래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올겨울인가 이를 없앴고 나무들도 뽑았다"고 전했다. 그는 "땅 소유자라는 사람이 지난 주말에도 이곳에 왔었는데 공무원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은 "이 땅은 농사 짓기 좋은 것 외에 장점이 없는 땅"이라며 "대토보상을 노리고 매입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폐기물업자로 알려진 부자가 인근 땅을 사러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땅을 매입한다는 현수막도 달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시흥시 분위기도 비슷했다. 전날 만난 신천동의 40대 여성은 "신도시 투기는 그들만의 리그"라며 "시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지만 3기 신도시 지정은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서 광명시 공무원 6명과 시흥시 공무원 8명이 토지 취득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중 몇명은 보상을 노리고 토지를 매입한 정황이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시흥시의 한 5급 공무원은 지난해 10월 경매를 통해 '제방' 91㎡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방은 공작물로 분류돼 토지보상 시 별도 평가 대상이 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도시 지정 발표 전 제방에 속한 토지를 산 것을 볼 때 토지보상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광명시의 한 공무원은 광명 노온사동 토지 1322㎡를 지난해 7월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역시 시기나 토지 규모를 볼 때 대토보상이나 새 아파트를 노리고 샀다고 볼 수 있는 거래란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이에 대해 박승원 광명시장은 "정부합동조사단과 협력해 조사 대상자를 공무원 가족으로까지 확대해 조사하겠다"면서 "위법·부당행위가 확인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징계·고발 등 일벌백계해 시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직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1차 조사에서 "토지개발 부서에 근무한 사실이 없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퇴직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를 구입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취재 과정에서도 납득 가능한 취득 경위가 확인됐다. 명단에 포함된 광명시의 한 공무원 가족은 기자를 만나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딸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땅을 쪼개 증여했다"고 밝혔다. 현장 확인 결과 해당 공무원은 증여받은 땅에 집을 짓고 어머니 집을 오가며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시흥시 공무원의 경우 제방을 매입한 1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취득 시기가 오래됐고 상속 등을 통한 것이어서 투기로 의심할 만한 특이사항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광명 = 지홍구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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