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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라운지] 예보의 '그린뉴딜 고민'…주차장에 태양광패널
입력 2021-03-10 17:46  | 수정 2021-03-10 20:16
예금보험공사가 최근 서울 중구 본사 사옥에 태양광 발전설비와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했다. 친환경 설비를 설치해 그린뉴딜에 부응하는 사옥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사옥 뒤편 지상주차장에 세워졌다. 태양광 패널 62개가 연간 약 3만4000㎾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되는 전기는 미화원 등 현장 근무자와 임산부·경증환자를 위한 냉난방 장치 가동에 충당한다.
지하주차장에는 전기차 급속 충전소를 설치했다. 전기차 3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이를 민간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예보 사옥은 유동인구가 많은 청계천에 인접해 있어 일반 사용자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업무용 차량 12대를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교체했다.
예보가 친환경에 적극 나서는 것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설립된 준정부기관인 예보는 매년 기획재정부에서 경영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올해 평가에서 그린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 주요 항목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를 많이 수행할수록 기관에 대한 평가 점수가 높아진다. 평가 결과는 곧바로 임직원 성과급에 반영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예보는 금융회사가 파산할 때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자 보호가 주요 기능이다. 다른 공공기관처럼 그린뉴딜을 하기 위해 탄소제로 관련 채권을 발행하거나 관련 펀드를 조성해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활동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높은 건물 사이에 있어서 볕도 잘 들지 않는 지상주차장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세운 것이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와 한국판 뉴딜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공기업 경영평가 점수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공기관 평가 대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 등 총 131곳이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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