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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63조 몰린 SK바사…32만명 1주도 못받는다 [종합]
입력 2021-03-10 17:08  | 수정 2021-03-10 18:26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청약 일정이 9일 개시됐다. 이날 오후 청약을 접수하는NH투자증권 명동WM선터 영업부가 분주하다. 2021.03.09.이충우기자

올해 첫 번째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나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는 1000조원 이상을, 9~10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서는 63조6198억원을 끌어 모았다. 역대 최대 IPO 청약 증거금 기록인 카카오게임즈의 58조5543억원보다 5조655억원 많은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 IPO의 대표 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은 10일까지 이틀동안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의 통합경쟁률이 335.36대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증권사별로는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334.32대1 ▲한국투자증권이 371.54대1 ▲미래에셋대우가 326.33대1 ▲SK증권이 225.18대1 ▲삼성증권이 443.23대1 ▲하나금융투자가 284.79대1를 각각 기록했다.
이미 지난주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의 수요 예측에서도 1274.47대1의 경쟁률로 1000조원 넘는 자금이 쏟아지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IPO 흥행이 예고됐다.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린 배경은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까지 상승)'에 대한 기대다. 특히 올해부터는 일반 투자자 몫의 공모주 물량 중 절반을 모든 청약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균등 배분 방식'이 도입돼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컸다.
이에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따상'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 개설 열기가 뜨거웠다. 한 사람이 청약을 받는 6개 증권사 전부에 계좌를 개설한 뒤 각 계좌에 최소 청약증거금 32만5000원을 넣어 청약하면 한 주는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배정 물량이 적은 증권사를 통해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는 한 주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균등배분 방식 물량은 각각 14만5928주와 14만3438주다. 이 증권사들의 최종 청약 접수건수는 삼성증권 39만5290건과 하나금융투자 20만9594건으로, 각각 25만638명과 6만6186명은 한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모두 31만6824명에 달한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를 통해 청약을 접수한 투자자 중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받을 사람은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된다.
반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SK증권을 통해 청약한 투자자는 최소 한주씩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SK증권을 통해 청약한 투자자는 2주를 받게 된다. 또 NH투자증권의 균등배정물량은 106만여주인데 반해, 청약건수는 64만6826건으로, 이 증권사를 통해 청약을 넣은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배정받게 될 전망이다.
오는 18일 상장 첫날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을 기록하면 공모주 1주당 10만4000원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 한 사람이 6개 증권사에 모두 청약을 넣고 1주씩 받았다면 195만원을 열흘만에 투자해 62만4000원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 수익률로 따지면 32%에 달한다.
한번 더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산출한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준가는 주당 19만5000원으로, '따상상'의 21만9700원을 바라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러면 6주를 확보한 한 사람의 이익 규모는 92만8200원으로 불어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 이상을 기록하면 시가총액이 12조9282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순위 20위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날 종가 기준 SK바이오팜의 8조1446억원보다 크다. '따상상(21만9700원·시총 16조8067억원)'까지 기록하면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2위인 삼성생명(16조2200억원)도 넘어서게 된다.
다만 상장 직후 급등 과정에서 무리하게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매수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작년 따상 열풍을 주도한 종목 중 SK바이오팜만 이날 종가가 10만4000원으로 공모가의 2배인 시초가 9만8000원을 웃돌 뿐이다. 카카오게임즈(4만8000원→4만7950원)과 빅히트(27만원→19만3000원)는 시초가를 밑돌고 있다.
국내 경쟁 기업인 녹십자와 비교하면 공모가조차 비싸 보일 수 있다. 이날 종가 기준 녹십자의 시가총액은 3조7631억원으로, 공모가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가총액보다 1조 이상 적다.
백신 전문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 제조 신기술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로부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위탁 개발·생산(CDMO)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의 모멘텀 덕에 녹십자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백신업계 왕좌는 녹십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더해 녹십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교해 혈액제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차별점도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에 면역글로불린 IVIG 10%에 대한 시판 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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