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쿠팡이츠 화요일엔 못 시키나'…배달료 인하에 라이더 집단 반발
입력 2021-03-10 13:56  | 수정 2021-03-17 15:08

국내배달앱 쿠팡이츠의 배달수수료 인하 반발에서 비롯한 라이더들의 집단휴무가 '매주 화요일 휴무데이'로 확산하고 있다. 일종의 파업을 벌이는 것이다. 쿠팡이츠와 라이더 간 배달료 기싸움에 애먼 자영업자들이 배달 일손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일 쿠팡이츠의 라이더를 뜻하는 '쿠리어'들은 집단 휴무를 벌였다. 쿠팡이츠가 이날부터 건당 3100원에서 2500원으로 기본 배달수수료를 20% 가량 내린 것에 대한 항의 표시다. 배달수수료는 배달 기사들이 주문 1건당 실제로 받는 금액이다.
특히 라이더들은 쿠팡이츠의 배달수수료 인하정책이 또 다른 배달앱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의 수수료 책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몸값 사수'에 나섰다. 현재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에서 책정한 기본 배달수수료는 3000원, 3500원이다.
이들의 집단 휴무는 1회성이 아니다. '배달세상' 등 라이더들 사이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2일 이후에도 쿠팡이츠의 '콜'을 거절하고 휴무를 독려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예 '매주 화요일 휴무데이'로 집단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일(화요일)에 이어 일주일 뒤인 9일에도 전국에선 산발적으로 쿠팡이츠에 대한 라이더들의 휴업이 이뤄졌다. 라이더들은 '쿠팡 손절중' '휴무인증' '오늘은 거절' '쿠팡 손절 후 동네 배대' ' 2500원에 두 다리의 노동력 팔지 않겠다' 등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휴무를 인증하는 사진을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6일 화요일에도 집단 휴무를 벌일 계획이다.
배달기사 노동조합 역시 힘을 보탠다. 라이더유니온에서는 15일부터 쿠팡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라이더 1명당 단 한 건의 배달만 수행하게 하는 쿠팡이츠에서 기본 배달수수료로 2500원을 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들 것"이라며 "쿠팡이츠가 말한대로 주문 1건에 최대 2만6000원을 받으려면 시나 구를 넘나들 정도로 굉장히 거리가 먼 배달을 나가야 하는데, 이는 배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일이고 결국 소비자와 식당 주인, 쿠팡이츠 모두에게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이번 배달 수수료 인하가 기존 배달 파트너의 원거리 배달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란 입장이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라이더들의 배달 거리에 따른 실질적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 체제를 마련한 것"이라며 "특히 기본배달비의 범위를 2500원부터 1만6000원으로 넓히고 거리별 할증 체계를 개편해 고정된 할증 체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할증 금액을 최대 1만원까지 추가 지급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와 라이더들 간 기싸움에 그 불똥이 자영업자들에게까지 튀고 있어 문제다. 가뜩이나 배달 피크 시간대에 자영업자들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데 배달 지연을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집단 휴무' 움직임이 향후 쿠팡이츠 라이더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동안 업계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을 대거 유입하고자 높은 배달 수수료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에 역행하는 인하 방침에 얼마나 많은 라이더들이 쿠팡이츠를 택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 입성을 눈 앞에 둔 쿠팡은 앞서 상장신고서에서 위험요인(Risk Factor) 중 하나로 노동 문제를 꼽았다. 배송 수요가 늘 경우 쿠팡 플렉스 파트너, 쿠팡이츠 배달 기사 확보 등이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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