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서 '백신 헌팅'…"남은 백신 버릴거면 내가 맞을게"
입력 2021-03-10 11:32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속도가 붙은 미국은 최근 일주일새 하루평균 217만명이 백신을 맞고 있다.
보급 속도가 가장 빠른 주는 뉴멕시코주로 28.7%가 최소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쳤고 알래스카주, 코넷티컷주, 사우스다코타주, 노스다코타주 등이 20% 이상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조지아주가 13.4%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텍사스주, 테네시주, 앨라배마주, 아칸소주 등 주로 남부지역의 속도가 늦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9일(현지시간)까지 미국인 6110만명이 1회 이상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의 주에서 65세 이상 노령자이거나 필수업종 종사자, 기저질환자 등에게만 기회를 부여하는 단계다. 4월은 돼야 건강한 일반 성인들에게도 기회가 부여되기 시작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백신을 하루라도 빨리 맞기 위해 '백신 헌팅'에 나서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개봉 후 주사하고 남아서 폐기될 처지인 백신은 주정부가 정해놓은 접종 순서와 상관없이 접종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실제로 접종 초기엔 CVS 등 백신을 접종하는 약국 체인 앞에 서성이면 운좋게 남는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파다하게 돌았다.
NYT는 상온으로 꺼낸 백신은 몇시간 안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과자를 사러 약국 체인에 들른 고객들이 얼떨결에 백신을 맞기도 했고, 간호사들이 친구들에게 전화해 백신접종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남은 백신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주먹구구로 이뤄지던 잔량 처리는 정보기술(IT) 기술에 힘입어 최근에는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의 한 스타트업 기업은 백신 잔량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닥터 B'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백신을 주사하는 병원, 약국 등과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앱이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벌써 50만명 이상이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무료 회원에 가입했다. 두 곳의 백신 공급자가 해당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하고 있고, 약 200곳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거주지 인근 접종장소에서 남는 백신이 발생하면 등록한 사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15분 이내에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 방식이다.
현재 주정부나 카운티별로 접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접종 희망자에게 백신을 맞을 시간과 장소를 통보하고 있지만 잔량 처리를 위한 긴급 안내는 없다.
잔량이 상당수 발생하는 이유는 접종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미주리주 랜돌프 카운티의 보건 담당자는 하루에 60~80명이 접종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직원들이 대기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수십통의 전화를 돌렸다고 전했다.
닥터 B의 창업자인 사이러스 매조미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은 1918년 스페인 독감때 의사가 됐던 할아버지의 별명인 '닥터 버바'에서 따왔다고 전했다. 매조미는 이전에 '조크닥(ZocDoc)'이라는 앱도 만들었는데, 이는 환자들과 진료가 가능한 의사들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제공했다. 또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주는 앱도 만들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백신 잔량을 최대한 폐기하지 않도록 돕는 공익적인 앱을 만든 셈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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