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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100% 확률’…기적의 업셋 우승 도전하는 ‘짠한 언니들’ [현장스케치]
입력 2021-03-10 06:02 
9일 오후 경기도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생명 배혜윤이 슛을 넣고 김보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용인)=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용인) 안준철 기자
슛을 실패할 때마다 (김)보미 언니가 미친 듯이 잡아주더라. 꼭 집중해서 넣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에는 든든한 ‘언니들이 있다. 에이스 김한별(35)과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 김보미(35), 그리고 내외곽을 넘나드는 배혜윤(32)이 그 주인공들이다. 삼성생명의 무서운 언니들은 합심해서 기적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삼성생명은 9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84-8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7일 1차전에서 KB를 꺾은 삼성생명은 거침없이 2연승을 기록해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을 연승한 팀은 모두 우승을 거머쥐었다. 삼성생명은 1승만 더하면 사상 최초 정규리그 4위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또 승률 5할 미만(14승 16패) 팀의 우승이기도 하다.
이날 승부는 극적이었다. 그리고 승리의 주역은 든든한 언니 중 하나인 김한별이었다. 김한별은 82-83으로 1점 뒤진 연장 0.8초전 극적인 위닝샷으로 팀에게 2연승을 안겼다. 이날 김한별은 43분 13초를 뛰며 19득점 7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도 신들린 3점슛을 날렸던 김한별이다.
배혜윤과 김보미는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4쿼터 막판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날 때까지 각각 18득점, 14득점 6리바운드를 보탰다.
적지 않은 나이에 체력적으로 지쳐있었지만, 이날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언니들의 속내는 짠했다. 김한별은 마지막 기회는 사실 제가 아니라 윤예빈에게 갈 거였는데, KB의 수비가 너무 좋았고 그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마침 박지수가 넘어지면서 와이드 오픈이 됐고, 슛을 쐈다. 근데 못 넣을까 봐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파울아웃돼 있던 김보미는 승리가 확정되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보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김보미는 (우리은행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지고 난 뒤, (2차전은) 내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후회 없이 게임하자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챔프전에 올라와 있고, 벌써 2승을 했다”며 사실 너무 힘들다. 지만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팀도 KB도 분명 힘들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 정신력 싸움인 것 같다.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3차전이 될 것이다. 이젠 그만 뛰고 싶다. 3차전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9일 오후 경기도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생명 김한별이 연장전 종료 직전 역전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용인)=천정환 기자
배혜윤은 희망과 보답을 말했다. 배혜윤은 아직 정규리그 4위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적이 없는데, 꼭 우승해서 4위 팀도 희망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임근배) 감독님이 나와 한별 언니를 많이 믿어주셨는데, 우승해야 보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몸은 지쳤지만, 코트에서의 집중력이 빛났던 순간. 언니들은 서로에게 힘을 얻었다. 김보미를 울린 건 동갑내기 김한별의 위닝샷이었고, 김보미의 몸을 아끼지 않는 리바운드 싸움은 배혜윤의 3점슛으로 연결됐다.
언더독이라 평가절하됐던 정규리그 4위팀의 기적 같은 승리, 기적 같은 우승도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기적에 도전하는 언니들의 구슬땀과 투지는 보고만 있어도 짠할 수밖에 없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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