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親與 '민변'도 못믿는 땅투기 대책…"뒷북 대책보다 검찰 강제수사를"
입력 2021-03-07 18:10  | 수정 2021-03-07 23:02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등을 수사할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사진은 7일 오전 국가수사본부가 설치된 건물 모습. [한주형 기자]
◆ LH직원 투기의혹 조사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한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참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시장 교란 행위 적발 시 편취한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공직자 부동산 투기 재발 방지 마련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등이 땅 투기로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 수준을 대폭 높이고 내부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부당 이득 회수는 물론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참고해 범죄 행위로 얻은 이득 이상이 환수되도록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자본시장법에서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이익의 3~5배를 추징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참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 종사자가 내부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주택과 관련한 기밀 및 내부자 정보 등의 범위와 관련 정보 취급자의 범위를 넓히고 처벌 수준도 크게 높여 불공정 행위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정부부처나 공기업 등 부동산 정책 관련 기관의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부동산등록제' 도입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주요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관련 기관 관계자의 재산이 있는지 파악하고, 사전에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4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불법 전매나 청약통장 불법 거래 등으로 얻은 불법 수익이 1000만원을 넘기면 그 금액의 3배까지 벌금을 물리고 있는데, 이를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3기 신도시는 투기가 확인되는 경우 자금 출처, 탈세, 대출 규정 준수 여부까지 조사하기로 했는데, 3기 신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투기 조사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거래를 제한하고 취득한 부동산을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적어도 자기 이름으로 몰래 투기하는 행위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를 이용한 차명 투기 역시 방지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다만 정부의 이날 발표가 보궐선거를 의식한 '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제대로 된 조사 결과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뒷북 대책보다는 강제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논평에서 "불신을 해소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독립된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감사 등도 반드시 별개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총장직에서 내려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의혹 사태에 대해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부정부패는 금방 전염되는 것이고 그걸 막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고 덧붙였다.
잇따른 지적에 지난 5일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편성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어깨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분노가 커지면서 경찰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 1일 출범한 신설 조직인 국수본의 수사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권에서도 이 같은 압박을 의식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당정청은 서울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협의를 하고 공직자의 가족·친인척·차명거래까지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여권 관계자는 "1차로 조사한 뒤 조사 대상을 늘려나가며 추가 조사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김동은 기자 / 전경운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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