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낙연 "낮은 목소리가 고민…국민 원해야 대통령 돼"
입력 2021-03-05 23:52  | 수정 2021-03-07 00:08

"넌 누구야?" "몇 살이야?" "너 무슨 고민 있어?"
평균 연령 10살 아이들이 속사포 같이 쏟아내는 질문에 5선 국회의원과 21년 기자경력, 명(名) 대변인 출신이란 타이틀은 소용이 없었다. 순간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재개그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5일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토크쇼 데뷔전을 톡톡히 치렀다. 이 대표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를 처음 본 아이들은 흔히 친구들에게 묻듯 "넌 누구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반말모드'에 당황하면서도 "낙연이야. 내 친구들은 연이라고도 해"라고 친근하게 다가섰다.
나이를 묻는 질문엔 "예순 아홉, 야속한 세월 뭘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나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표 연관 키워드로 '대통령'이 뜨자 대뜸 "너 대통령이야?"라고 물은 아이들. 이에 이 대표는 "아닌데, 젊었을 때는 기자를 하다가 나중에는 정치인을 하다가, 기자일 때 알았던 분이 대통령이 되시기도 했고, 대통령 옆에서 심부름하는 일을 했지"라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했다.
이어 "그럼 너도 나중에 대통령 할거야?"란 질문하자 이 대표는 "그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야. 국민들이 원해야 될 수 있는 게 대통령이야"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관두고 싶은 적은 없었냐는 아이들 질문에 "있었지"라고 답한 이 대표는 "아이고, 다음 생에는 딴 거 할래"라며 웃어보였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의 낮은 목소리가 고민임을 털어놓았다. 그는 "요즘 내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니까 (주변에서) 답답해한다"며 "마음이 편할 때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등으로 어렵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아이들은 "요즘 세상에 맞춰 말을 조금 더 빨리하라"거나 "네 목소리에 자신감을 가져" 등의 조언을 했다.
이 대표는 개인적인 가족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아들이 태어났을 때를 꼽았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손자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가장 슬펐을 때는 초등학교 졸업후 인근 도시로 중학교 유학을 가며 어머니와 떨어질 때 힘들어 울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한테 우는 것을 들키면 혼나니까 숨어서 혼자 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영광에서 가난한 농부의 10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 대표는 광주 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가족을 위해 홀로 도시에 나가서 공부를 해야 했던 그는 "일찍이 도시로 나가 공부를 해야 해 형제들과 싸울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얘기를 하며 지금 세대의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나는 흙수저다"며 "예전에는 흙수저여도 공부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남 칭찬에 인색하다는 지적에 "칭찬을 하면 좀 멋쩍다"며 "말 안해도 알겠거니 한다"고 답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세세하게 잘 기억한다는 칭찬에는 "그 사람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어떤 사람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사람의 주장 등을 기억하면 된다"고 비결을 말하기도 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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