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퇴' 윤석열, 사실상 대권 도전?…정치권도 '들썩'
입력 2021-03-04 16:03  | 수정 2021-03-11 16:05
4일 사의 표명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 사진 = MBN 종합뉴스 캡처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늘(4일) 사의를 전격 표명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2년 임기를 불과 140여 일 남긴 시점이기도 합니다.

보수 정권의 몰락과 그걸 계기로 들어선 진보 정권, 그 두 정권 모두와 치열하게 각을 세우며 여느 검찰총장보다 파란만장한 1년 9개월을 보내고 물러나게 된 그는 '여기까지'인 자신의 할 일을 '검찰'로 제한해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이어지는 발언에선 더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습니다.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어제(3일) 대전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를 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 해석됩니다. 그만큼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인 셈입니다.

이달 들어 언론 인터뷰와 취재진 질의 응답에 응하며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힘빼기'에 성토를 쏟아낸 것처럼, 이날 사퇴의 변에서도 현 정권을 향해 맹공을 가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대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지만 검찰을 그만둬야겠단 결단이 선 지금, 어느 쪽에 가까운지 분명히 한 셈입니다.

지난해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사진 = MBN 종합뉴스 캡처


이미 정치권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사의 의사를 밝히며 낸 입장문을 "윤석열의 정치 참여 선언문"이라고 해독했습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누구 만나고 어딜 가고 인터뷰하고 그런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며 "참 염치없고 값 싼 사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날 또다른 글에선 "순간 지지율은 올라갈 수 있지만 올라간 만큼 낙폭도 커 떨어질 때 중상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윤석열의 모험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라고 적었습니다.

여당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도록 입법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서 윤 전 총장의 사퇴를 언급하며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판검사 즉시 출마 금지법'에 대한 충실한 법안 심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최 의원은 '현직 검사·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윤석열 출마금지 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윤 총장이 내년 3월9일 예정인 차기 대선을 1년 조금 앞두고 사퇴해 더 공격할 방도는 없지만, '법복'이나 '검복'을 입은 채 집권세력과 날을 세우고 그걸 발판 삼아 정치에 입문하는 일을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야권은 야권대로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횡포를 저지하자"며 "뜻을 같이하는 진정한 '국민의 힘'을 모아 강력한 반대 운동을 전개하자"고 언급했습니다.

윤 전 총장을 현 정권과의 대척점에 세워놓고 그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안 대표는 윤 전 총장 사퇴 직후 SNS를 통해선 "총장의 사퇴에도 이 정권이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제 온 국민이 나서서 불의와 싸울 때"라며 "보궐선거의 야권 승리는 광범위한 국민 행동의 기폭제가 될 것이고 이렇게 모아진 국민 역량은 내년 정권 교체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예상했습니다. 윤 전 총장을 향해선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고도 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윤 총장의 사퇴는 권력 비리를 덮으려는 정권에 맞서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총장직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적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그의 사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며 "(윤 총장이) 이 무법 정권의 연장을 막는데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 곧바로 대권으로 직행할 지 아직까진 미지수입니다.

한 때 대권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0~30% 지지율로 1, 2위를 하던 적은 있지만, 1년 후 대중 앞에 서서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게 그의 정치력을 키워주고 함께 할 정치적 기반이 '전무'하다는 게 한계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당장은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4.7 재보궐선거에서 윤 전 총장의 역할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소위 '기여도'에 따라 야권에서의 입지가 결정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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