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태풍의 눈' 된 윤석열…범정치권 대격돌
입력 2021-03-03 18:08  | 수정 2021-06-01 19:05

대구로 내려가 "고향에 온 느낌"이라고 말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공위공직자범죄수처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권에서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가운데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 윤석열 엄호 나선 야권…주호영 "정치행보 아냐"

윤 총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는 발언을 놓고 '정치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혀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3일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헌법상 부여된 검찰의 수사 권능을 빼앗는 법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조직의 수장으로서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여권의 중수청 신설 추진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을 완전한 일당 독재로 가는 고속도로를 닦겠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작심하고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 유기"라며 윤 총장의 행보를 옹호했습니다.

정세균 총리가 윤 총장을 향해 '자중하라'며 비판한 데 대해서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며 "국민은 이 정권이 무슨 잘못들을 그렇게 많이 저질렀기에 검찰을 저렇게 두려워하고 없애려고 하는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후보도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총장은 정권에 복종하는 하수인이 아니다"라며 거들었습니다.

"(윤 총장은)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기에 앞서 국민의 검찰총장이고, 헌법에 근거한 검찰총장"이라면서 "정권이 헌법을 거스르고 법치에 역행한다면, 검찰총장에게 항명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 아니었나"라며 "정작 이 정권의 부패·비리를 수사해 들어오자, '살아있는 권력'들이 격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노골적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허수아비 취급하고, 주변의 손발을 꽁꽁 묶어 온 이 정권이 이제는 대놓고 사퇴를 종용하다니, 참으로 비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 장악, 정권 수사 무력화를 '개혁'으로 애써 감춰왔다는 사실은 만천하에 밝혀졌다"면서 "검찰총장을 공격하기 전에, 지금 이 정권의 검찰 무력화부터 그만두라"고 비판했습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총장께서 직을 걸려면 드루킹 사건, 원전비리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비리 사건 수사에 직을 걸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남은 총장 임기 기간을 보면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미 죽어버린 권력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수사는 그렇게 모질게 했지 않냐"며 "말씀대로 헌법에 충성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단죄를 할 수 있는 검찰 총장이 되면 한국 검찰사에 길이 남는 명 검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윤 총장의 행보를 견제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 여당 '부글부글'…이재명 "윤은 문 정부 검찰총장"

여당은 직접적인 대응은 일단 자제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 모습입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수사와 기소 분리와 관련된 현안들은 검찰개혁특위에 모든 걸 일임하고 있다"면서 "지도부는 특위의 논의를 지켜보고 있고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법안 발의 시점은 특정하지 않고 "특별히 선거 의식해 발의 시점을 조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언행이 좀 요란스럽다"며 "우려스럽다는 시각이 있다.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달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에 얘기한 작심 발언을 문구별로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최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서초동 한 공무원 인터뷰의 해설'이라는 글에서 "서초동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의 정치행보가 연일 시끄럽다"면서 "'국민'을 앞세운 궤변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그 본질이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게 너무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정치검찰의 권익을 지키느라 여념이 없다는 사실이 한명숙 총리 사건, 채널 에이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룸살롱 접대 사건 등의 처리 과정에서 보인 뻔뻔함으로 낱낱이 드러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반칙을 일삼으며 특권을 고수하는 것은 검찰이기에 공정과 민주주의를 지키려 검찰개혁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강조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총장이 말한 '수사·기소 일체론'에 대해서는 "효율을 위해서라면 아예 수사, 기소와 재판을 합치자는 논리로 연결될 궤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 의원은 또 '가벌성이 없거나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 어려운 사건까지 불필요하게 수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인권침해'라고 한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여 고마울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밖에 '법 집행은 결국 설득의 과정'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표창장과 인턴 활동 확인서를 둘러싼 법 집행은 누구를 설득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묻고, '힘 있는 사람도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에 대해서는 "검사는 힘이 없는 사람이라 똑같이 처벌받지 않는 것일까요?"라며 비판했습니다.

윤 총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도 "이렇게 뻔한 소리를 시간 들여가며 읽어보고 해설하는 것도 일종의 낭비"라며 "신경쓰지 마시고 그냥 무시하면 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제안한 '3청' 신설 제안을 반박했습니다.

윤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전제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대신 반부패수사청, 금융수사청, 안보수사청 등의 신설을 역제안 한 바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안보수사청은 정치적 민주화 이후 사건 수와 위상이 떨어진 검찰 내 공안 라인을 배려하고, 경찰로 이관하기로 결정된 국정원 안보수사인력을 가져갈 의도가 있는 제안"이라며 "검찰 공안 라인의 확대 강화를 위한 것에 불과한 바,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반부패수사청과 금융수사청은 별도 '청'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산하 '부'로 만들면 족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남는 것은 '중대범죄수사청'에 기소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라며 "이 점은 국회가 논의하여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윤 총장의 행보를 경계하고 나섰습니다.

이 지사는 오늘(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을 '문재인 정부 총장'이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이 말씀에 들어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여당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윤 총장을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비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덮는 과거의 검찰이 아니라,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대로 기능하는 검찰로 거듭나는 것이 검찰개혁의 과제"라며 "(과제가)여전히 유효하다"고 했습니다.

◆ 이제는 윤석열의 시간?…원희룡 "대통령이 나서라"

엄호든 비판이든 차기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정치권은 '윤석열'의 이름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여권을 향해 '신적폐'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촛불로 쓰러진 박근혜 정부 등 '과거 적폐' 이후 현 정부의 폐단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으로 진단하고 "윤석열이 이른바 '신적폐'를 해결할 적임자로 호명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윤 총장의 이후 행보에 대해 "나온다면 본인이 정치적으로 플레이를 해서 상황을 만들어 극적으로 그만두는 것처럼, 임기 전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이른바 '제3지대'를 포함한 '야권 빅텐트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당 기반 없는 단일화를 통해 대권 본선을 뛰는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습니다. 단, 이 같은 시나리오는 야권 단일화 후보가 누구인지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는 "중수청 논란 지금 중단해야 한다"면서 "지금 진화하지 않으면 제2의 조국∙추미애 사태가 되어 온나라를 혼돈으로 몰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원 지사는 이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수완박'이 중수청 설립의 목표라고 하지만 상식을 가진 국민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범죄피의자들이 자신들의 권력 범죄를 완전 무력화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권범완무'로 받아들인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난장판을 정리하시라"고 촉구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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