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준영, 승리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성매매 사실 인정
입력 2021-02-27 10:20  | 수정 2021-02-27 10:31
사진 = 스타투데이

'버닝썬 8人 단톡방' 멤버인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31)와 전 가수 정준영(32)이 법정에서 재회했습니다.

과거 연예계 동료이자 친구 사이로 막역했던 두 사람이지만 한 명은 무려 9개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으로, 또 한 명은 집단성폭행범이라는 오명 속 형을 살고 있는 수형수이자 사건 핵심 증인으로 만난 얄궂은 운명의 현장입니다.

승리 군사재판 11차 공판이 어제(26일) 경기 용인시 소재 지상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오전 공판에서는 승리의 특수폭행교사혐의 증거 조사가 진행됐고 오후 공판에는 정준영이 사건 핵심 증인으로 나서 승리가 받고 있는 다수 혐의에 대한 신문을 받았습니다.

어제(26일) 공판은 오후 7시가 가까워서야 끝났습니다.


집단 성폭행 및 불법 촬영 유포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인 정준영은 당초 지난해 11월 증인 출석 요청에 불출석 의사를 밝혔으나 재판부의 참석 종용에 재판 개시 5개월 만에 '승리 사건' 증인석에 섰습니다.

총 5시간 30분간 진행된 신문에서 정준영은 성매매 알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특수폭행교사 등 혐의에 대한 질답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충실히 답했지만 오래 전 기억을 더듬는 일이 쉽지 않은 듯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내가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등의 모호한 답변도 수시로 했습니다. 또 성접대 혐의 관련 질의가 오고가는 과정에선 자신이 성매매 여성과 관계를 가진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 스타투데이

◆"성접대, 승리도 알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제(26일) 정준영은 자신이 속한 '버닝썬' 8인 단톡방 멤버들과 해외 사업가와의 크리스마스 파티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승리가 '여자는 잘 주는 애들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그냥 장난 친 것 같기도, 재미있게 놀자고 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파티에는 실제 성매매 여성이 섭외됐습니다. 쟁점은 이 과정이 유인석의 단독 지시였는지 승리도 관여했는지 여부입니다.

지난 공판에서 다수 증인들은 "성접대는 유인석 지시"라며 승리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진술을 한 가운데, 어제(26일) 정준영은 "(여자 관련해선)주로 유인석과 얘기를 많이 나눴고 승리도 (성매매 여성 섭외를) 알고 있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승리와 관련해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파티 이튿날엔 유인석이 단톡방에 성매매 여성을 '선물'이라 표현하며 정준영에게 보낸 것으로도 드러났고, 이 자리에서 정준영은 자신이 성매매 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승리가 포함돼 있던 단톡방에선 '선물' 발언 이후 구체적으로 정준영의 성매매가 이뤄진 경위는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변호인이 '자신에게 성매매 여성이 보내지는 데 승리가 관여된 바 있는 걸 아느냐'고 묻자 정준영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가 "다들 알고 있는데 승리만 모를 수 있느냐"고 재차 묻자 "내 생각이다.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정준영은 "만약 성접대를 계획적으로 했을거라면 유인석 스타일엔 공지를 했을텐데 그런 얘기가 오고간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 스타투데이

◆ "여성 나체사진, 승리가 직접 찍은 건 줄 알았다"

정준영은 또 승리가 단톡방에 여성 3인의 침실 나체사진을 공유해 받고 있는 불법촬영 혐의 관련, 수사 과정에서 '(승리는) 남이 보내준 사진 올리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데 대해 "승리가 찍은 사진이라 생각해 그렇게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승리가 해외투어를 다니면 그 나라 여성들과 어울려 논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어 자동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면서도 '직접 찍은 건지 아닌건지 아는 바 없고, 들은 바 없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평소 승리가 여성 사진을 단톡에 올린 걸 본 기억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승리 지인 '깡패아저씨' 온 이후 고성 들려 승리가 조폭 부른 줄"

특수폭행교사 혐의 관련, 어제(26일) 공판에서는 정준영이 '승리가 조폭을 부른 것'이라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정준영은 "승리가 직접적으로 말했던 게 아니라, 승리가 했을 거라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라 진술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정준영의 발언에 승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정준영은 승리의 지인 A씨를 '깡패아저씨'라 지칭하며 "그 사람이 온 뒤 고함 소리가 들렸고 그 사람이 온 다음에 승리가 갔으니까 당연히 승리가 그런 줄(조폭을 부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A씨는 조폭이 아닌 승리의 단순 지인이고, A씨와 함께 온 B씨는 경호업체 소속 경호원입니다. 현장 소동이 마무리될 즈음 승리와 정준영 그리고 최종훈은 A씨의 차량을 타고 강남의 포차 현장을 떠났습니다. 정준영은 "A씨가 누군지 모르는데 그 사람이 온 뒤 고함소리가 났으니까 경찰 조사에서 '깡패아저씨'라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C씨는 유인석의 지인인 D씨의 연락을 받고 왔다고 진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정준영은 "나는 그들이 온 경위 자체를 모른다. 비슷한 시간대에 온 건 맞다"며 기억나는 당시 정황을 언급했습니다.

정준영은 사건 당일 포차 내실에서 승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승리가 (피해자에게) 멱살도 잡혔고 무례한 행동을 당했기 때문에 화가 굉장히 많이 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준영은 "(조폭들에게) '때리지 말라'고 했단 얘기를 이후 들었고, 승리가 (조폭을) 부른 줄 알았으니 승리가 때리지 말라고 한 줄 알았다"고 진술하기까지 본인의 추론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준영은 '당시 승리가 경호원을 부르는 게 같은 연예인으로서 납득이 가는 행위였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하는가 하면 '과거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에 조폭을 동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푸른 수의-노란 얼굴의 정준영, 승리 쪽 수차례 쳐다봐

정준영은 최종훈 등과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 선고 받고 받고 교도소 복역 중입니다. 현재 지방의 한 교도소에 복역 중인 정준영은 어제(26일)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군사법원에 도착, 4인의 교도관에 이끌려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푸른색 수의 차림의 정준영은 연예인 활동 당시보다는 조금 찐 듯 하지만 여전히 호리호리한 체격이었습니다. 건강 상태는 양호해보였으나 다소 긴장한 듯 멍한 표정에 약간 노란 피부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승리 역시 정준영의 출석을 앞두고 다소 미묘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다른 증인의 출석때와 달리 복잡미묘, 착집하기까지 한 표정의 그는 정준영이 처음 등장해 증인 선서를 하는 내내 좀처럼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정준영은 이따금 질문에 텀이 생기면 승리 쪽을 바라봤고, 승리 역시 시시때때로 정준영을 지켜봤습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다만 승리가 그간 다수 증인신문에서 직접 자신의 궁금증을 증인에게 묻던 것과 달리, 어제(26일) 정준영에게는 직접 신문하진 않았습니다.

승리는 어제(26일) 오전 공판에서 2015년 12월 30일 서울 강남의 한 포장마자에서 가진 술자리에 조폭을 동원했다는 특수폭행교사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현장 CCTV가 공개된 가운데 승리 측은 여배우가 동석한 송년회였고, 모르는 사람이 무례한 행동을 해 자리를 옮기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모르는 사람이 술 먹고 비틀거리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손님 A씨가 피고인과 동석한 여배우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해 피고인은 기분이 나빴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구설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생각했고, A씨가 초면에 다소 무례한 행동을 계속 해 빨리 자리를 떠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변호인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포차에 와 승리한 대화한 남성들에 대해 "한 명은 아는 술집 사장이고 한 명은 경호원이다"며 "피고인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피고인은 공동정범과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람도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다"며 승리에게 특수폭행교사 혐의를 적용하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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