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받은 만큼 베풀었을 뿐"…본인도 급한데 낯선女에 백신양보 '텍사스의 기적'
입력 2021-02-27 07:44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지난 26일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19 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 한 여성이 모르는 이웃을 위해 백신을 양보해 목숨을 살린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에밀리 존슨(68)은 20년 전부터 앓고 있던 심장병이 악화했다.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문제는 코로나19였다. 수술 전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아직 존슨에게 접조 일정이 안나왔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때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못해 나라마다 부족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당초 계획대로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존슨은 고령층으로 우선 접종자였지만 백신 부족으로 언제 일정이 나올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마음이 급한 존슨은 결국 지역 네트워크인 '넥스트 도어'에 "심장수술을 앞두고 급하게 코로나 19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이웃 주민들은 위로를 했지만 정작 백신을 양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이메일 한통이 왔다.
[사진출처 = abc뉴스]
이 사람은 자신을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 크리스티나 루이스(58)라고 소개했다. 그는 메일에서 "오늘 아침 10시 45분 백신을 맞을 예정"이라며 "나보다 당신에게 백신이 필요한 것 같다. 양보할테니 연락을 달라"라고 적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루이스 역시 자가면역질환자로 누구보다 백신을 먼저 맞아야 최우선 순위자였다.
루이스도 기다림 끝에 맞게되는 백신이지만 그 기회를 선뜻 존슨에게 준 것이다.
루이스는 존슨에게 "당신은 수술을 받는 등 긴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인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다. 백신 접종 센터에서 형평성을 이유로 루이스의 양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루이스는 자신보다 존슨이 더욱 위험한 상황인 것을 강하게 주장하며 예약자 변경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결국 존슨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이같은 소식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고 루이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이웃의 도움으로 힘든 순간을 극복했기 때문에 받은 만큼 베풀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루이스는 백신 접종을 못하고 있다. 당초 16일 접종 예정이었지만 텍사스에 한파와 폭설 등 겨울 폭풍으로 백신 공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boyonda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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