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N 프레스룸] 북한 귀순 남성, 군 당국에 10차례 포착됐지만…
입력 2021-02-24 15:10  | 수정 2021-02-24 16:31
【 앵커멘트 】
지난주에 발생한 동부전선 북한 남성 귀순과 관련해 우리 군의 대응 과정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내용 이동석 기자와 백브리핑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앵커1 】
이 기자, 먼저요 북한 남성이 어떻게 귀순했나, 그 과정이 궁금하네요?

【 기자 】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새벽 바다를 헤엄쳐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약 3.2km 구간을 잠수복과 오리발에 의존한 채 6시간 동안 헤엄쳤다고 주장했는데요.

16일 오전 1시 5분쯤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도착한 북한 남성은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해 5km 정도 걷다 군 당국에 잡혔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강원 고성군 동부전선 일대를 6시간 이상 활보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군은 CCTV를 통해 북한 남성을 10차례나 포착했지만, 8번이나 놓친 것으로 확인된건데요.

경계근무 등 대북 경계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2 】
조금 전에 배수로를 통과했다고 했잖아요? 지난해죠. 서해에서 배수로를 이용해서 월북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군이 배수로 다 손본다고 하지 않았어요?

【 기자 】
네 맞습니다.

우리 군은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한 월북 사건 이후 배수로 등을 조사해 보강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군의 입장 듣고 오시겠습니다.

『SYNC : 김준락 /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지난해 7월)
통과한 지점은 철책은 아니고 배수로로 확인했습니다. 추정하고 있고요. 거기에 대한 추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정밀조사 중에 있습니다.』

이번 오리발 귀순 사건이 일어난 22사단은 배수로 점검을 완료했다고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그런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배수로 3개를 새로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대 관리 목록에 없던 배수로 3개를 발견했고, 탈북 남성은 이 가운데 하나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앵커3 】
오리발 귀순과 관련해 군 입장도 나왔다면서요, 뭐라고 하던가요?

【 기자 】
서욱 국방부 장관의 입장이 나왔습니다.

서 장관은 "감시병이 귀순자를 출퇴근하는 간부로 생각해 방심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서 장관의 발언 먼저 듣고 오시겠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 (어제)
과학감시장비가 오작동을 포함해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경계작전에 투입된 초병들이 조금 더 정밀하게 좀 확인했으면 하는 것도 사실이고…. 상황이 위중하다고 판단했으면 금방 보고했을 텐데 상황을 아마 출퇴근하는 간부 정도로 생각을 해서 자기네들끼리 조치하고자 했던 걸로 현재 보입니다.』

사건 당일 동해안의 세찬 바람 탓에 1분당 3차례 넘게 경보가 울렸고, 늘 있는 오작동일 것이라고 그것도 '감시병'이 무시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MBN 취재 결과, 당시 사단·군단급 상황 회의에서도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오리발 귀순 사태가 경계병 한두 명의 잘못이 아닌 우리 군의 총체적인 경계 부실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앵커4 】
이번 사건 발생한 부대, 예전에 노크 귀순 발생했던 그 부대죠?

【 기자 】
동부전선 경계를 책임지는 육군 22사단은 육상 전방 30km, 해안 60km에 대한 경계근무를 펼치고 있습니다.

다른 GOP 사단의 경계 책임 구역이 25에서 40km인 점을 고려하면 책임 구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인데요.

저도 GOP 근무를 서봤지만, 정말 힘든 곳입니다.

동부전선같이 산악 지형일 경우 경계근무는 배로 힘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산악 지형 탓에 구조적인 문제에 노출돼 있다 이런 지적도 꾸준히 제기가 됐습니다.

군은 반복되는 경계 실패에 대해 전반적인 실태를 진단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 앵커5 】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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