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에도 작년 이혼감소, 무섭게 오른 집값이 이혼 줄였나
입력 2021-02-24 13:20 

지난해 미국·영국 등에서는 코로나19와 이혼을 합친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부 간 갈등이 커져 이혼이 늘어나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한국은 작년 '코비디보스' 현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도 이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이혼건수는 10만6512건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2017년 이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가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통상 사회에 충격이 가해지면 이혼이 늘어나는 경향이 목격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혼건수는 11만6294건으로 전년 대비 27.6% 급증했다. 카드사태가 터진 2003년에는 이혼건수가 16만6617건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009년에도 12만3999건으로 전년 대비 6.4% 늘었다.
작년 코로나19에도 이혼건수가 오히려 감소한 데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결혼건수가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혼을 하려면 먼저 결혼을 해야 하는데 결혼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작년 결혼건수는 코로나19 영향에 21만3513건으로 전년 대비 10.7% 감소했는데, 외환위기 때인 1997년 기록한 -10.6%보다 높다.
연간 이혼 부부 5쌍 중 1쌍은 혼인 기간 4년 이하인 신혼부부로 혼인 기간 20년 이상 부부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도 전체 이혼 부부의 19%가 혼인 기간 4년 이하인 신혼부부였다. 혼인건수는 혼인 연령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2015년 30만2828건을 마지막으로 연간 혼인건수는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코로나19로 법원 휴정이 잦았던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외출과 이동을 자제하면서 법원이나 관청을 찾는 것을 꺼린 것도 이혼 감소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특히 코로나19에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 이혼을 줄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상 이혼할 때는 부부가 재산분할 비율에 따라 집을 판 돈을 나눠 갖기도 하는데,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집을 팔면 향후 상승분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라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집값 급등으로 이혼 후 살 집을 구하는 데도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통계청에서 함께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명(10%) 감소해 처음으로 30만명을 밑돌았다. 반면 사망자수는 30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명(3.4%) 늘었다.
출생아수에서 사망자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는 -3만3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 자연감소(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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