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이 꿈꾸는 '취향존중' 사회…"우리 자신도 변화해야"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수 이적, 그는 성공적으로 구축한 자신의 음악세계를 통해 일관되게 나타내는 메시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다름에 대한 존중' 입니다.

가수 이적은 유튜브에서 생중계된 'MBN Y 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너의 다름을 믿어봐'를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적 본인을 포함한 윗세대의 사람들은 "외모나 성격, 재능, 취향, 의견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가치에 의해 판단 당하는 삶을 살아온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업, 진로, 취업, 결혼, 출산, 자녀교육, 재산증식, 심지어 노후까지 삶의 행로 모든 부분에서 남들의 눈을 의식하게 되고 남들이 인정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허덕허덕 쫓아가는 그런 인생에 익숙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이 같은 삶의 방식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2030세대의 태도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부모 세대인 5060과 달리 203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에 대해 이적은 "세상이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진정한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세대를 막론하고 주식과 부동산에 열광하면서 음악에 대한 취향, 독서 습관, 옷차림 등에서 이른바 '대세에 따르는' 삶을 사고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비슷한 노래를 듣고 비슷한 책을 읽으며 비슷한 옷을 입고 거리를 걷는다며 "우린 정말 제각기 다른 것 맞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이 같은 '무난한 선택'의 배경에 대해 "자신의 취향과 의견에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세상을 잘 모르니 다른 이들의 의견을 따르는 게 그나마 안전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남들을 따라가면 중간이라도 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라며 "결정적인 순간에 개성을 숨기고 누르면서 서로 눈치를 보게 하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개탄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개성을 억누르고 보편적인 선택을 하는 역설적 태도의 배경으로 '농경, 유교사회의 잔재'를 꼽으면서도 "그게 전부일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린 제각기 다르다"며 "그 다름을 믿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우리의 다른 취향과 의견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무엇보다 다름을 부정하는 억압이 내면화된 결과로, 조금만 남들과 달라도 왠지 불안해져 지레 대세에 편승하는 우리 자신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까탈스럽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우리의 취향과 의견이 더욱 세분화하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타인의 다름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아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적은 또 "누군가 다르다는 이유로 억압받고 돌팔매질 당한다면, 그의 취향과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다름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연대하고 함께 싸워줘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그토록 답답해하는 '꼰대들의 사회', '타인의 인생에 무례하게 훈수 두는 사회', '한 줄로 세워져 죽을 때까지 경쟁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진정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자신 있게 선택해 살아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것이 제가 26년 전 데뷔앨범에 수록했던 '왼손잡이'라는 노래에서부터 최근 발표한 '돌팔매'라는 노래에까지 줄기차게 담아왔던 이야기일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가수 이적이 개막식의 문을 연 'MBN Y 포럼 2021'은 청년들의 도전 이야기인 두드림쇼, 궁금증 해결 세션인 와이쇼, 고민 상담 시간인 복세힘살쇼, 영웅들의 성공 비결을 듣는 영웅쇼의 순서로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집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