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또 北 눈치 보나…유엔 인권이사회 불참한 정의용 장관
입력 2021-02-24 09:30  | 수정 2021-02-24 13:20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한·중국 인권 문제 등을 다루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행사에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외교부에서 최근 5년 연속 장관급 인사가 출석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인권과 관련된 국제 안건만 되면 한발 빼는 정부 모습이 국제사회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엔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분과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24일까지 사흘 간 진행된다.
이 자리에 정 장관 대신 연설에 나선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도 "인권에 대한 우려가 북한의 인도적 상황에 대한 관심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권외교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린 이번 이사회는 특히 각국의 인권유린 사례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북한에 더해 중국의 홍콩,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비판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자 차관으로 급을 낮춰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 인권이사회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 각국의 장관급 인사가 다수 참여해 대비를 이뤘다. 전임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2017년 취임 뒤 2018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이사회에 참여해 연설한 바 있다.
최근 정부는 북한·중국 인권과 관련된 국제사회 움직임에 잇따라 불참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지난 16일 전세계 58개국이 서명한 '국가 대 국가 관계에서의 자의적 구금 반대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다. 서명 발제국인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이 성명을 낸 계기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일부 국가의 행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정부는 유엔총회에서 채택하는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서도 2년 연속 빠지는 등 북한과 중국이 불편해 할 대목에선 일관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시 외교부는 불참 이유에 대해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최 차관은 또 연설에서 "현재와 미래 세대는 2차 세계대전 때 소위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가치있는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위안부 비극은 반드시 보편적인 인권 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근 국제사회에서 화두가 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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