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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 위반 제재'에도 버틴 씨젠, 어닝쇼크에 3거래일 연속 급락
입력 2021-02-24 08:48 

진단키트 대장주로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씨젠이 기대 이하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은 탓에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회계기준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은 이튿날인 지난 9일 낙폭은 전일 대비 2.78%에 불과했지만, 실적 성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맥없이 추락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씨젠은 전거래일 대비 2만3100원(15.01%) 급락한 13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22일과 19일에도 각각 9.20%와 6.77% 하락했다. 지난 18일 종가와 비교하면 3거래일만에 28.05%가 빠졌다.
작년 4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로 평가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씨젠은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4417억원, 영업이익 257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 18일 장 마감 직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07.9%, 4921.9%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170.9% 늘어난 1853억원을 남겼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증권가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씨젠의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프리뷰 보고서를 내놓은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DS투자증권은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3430억원, 2913억원, 2760억원으로 제시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씨젠의 영업이익에 대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18.5% 하회하는 어닝 쇼크"라며 "다른 분기 평균 대비 400억원 가까이 증가한 판매관리비의 과도한 집행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상연구개발비가 기존 분기별 평균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105억원이 소요됐고, 인건비 또한 4분기 특성상 인센티브가 반영돼 다른 분기 대비 증가하는데 작년에는 인센티브가 전년 대비 370% 증가했다"며 "4분기 원·달러 환율이 약 6% 하락하면서 수출 비중이 95%에 이르는 씨젠의 경우 외환거래 손실이 발생했고, 69억원 수준의 기부금으로 영업외단에서 약 1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조짐에 진단키트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한때 30만명에 달하기도 했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최근에는 7만명 선으로 줄었다. 신규 확진자 감소 추세는 유럽이나 남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1분기 씨젠의 매출이 작년 4분기 대비 약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성장 기대가 무너지기 전 씨젠은 회계 부정 이슈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증선위는 일요일이었던 지난 8일 정례회의에서 씨젠에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담당 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 정지 6개월, 내부통제 개선 권고 등의 제재조치를 의결했다. 씨젠이 지난 2011~2019년 주문량을 초과하는 과도한 물량의 제품을 대리점으로 임의 반출하고 이를 전부 매출로 인식해 매출액, 매출원가, 관련 자산 등을 과대 또는 과소 계상했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악재가 증시에 반영된 지난 9일 씨젠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78% 하락한 17만5100원으로 마감했고, 이튿날인 10일에는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씨젠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씨젠은 지난 22일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성우 전 대림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박성우 부사장 영업을 계기로 작년 3분기 기준 1999억원에 이르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사업 영역을 다각도로 검토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씨젠은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검진 편의성을 높인 진단키트 신제품의 판매 증가가 기대된다. 이미 4가지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한 번의 검사로 2시간 안에 알아낼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또 최근 개발한 타액 진단키트의 정확도는 기존 비인두도말법 대비 96%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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