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車강판 생산, 석탄 대신 수소로"…현대차-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입력 2021-02-22 15:46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 두번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두번째), 김세훈 현대차 부사장(사진 왼쪽 첫번째),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사진 오른쪽 첫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차]

자동차·선박 강판 생산에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된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지난 16일 포항 포스코청송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영운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박종성 현대제철 부사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업무협약에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상호 협력'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란 철강 제련 과정에서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공법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을 위해서는 대량의 수소와 재생에너지에서 수소를 얻는 수전해 기술이 필요, 연관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철강업계는 민간이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미래 친환경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해당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공법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고배출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환경 및 기후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탄소 배출 감축 요구를 받고 있다.
기존 철강 제조 공정인 석탄환원제철의 경우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철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보통 철강 1t당 약 2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 제조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환원제용 수소는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를 주로 활용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은 철강산업의 전면적인 구조개편을 의미한다. 현재 고품질 철강재인 자동차 및 선박용 강판 등은 석탄을 활용한 고로 공법으로 대부분 생산된다.
다만,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철강제조설비로 전환해야 한다.
또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 기술여서 향후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기술 개발 기간이 소요되며 대규모 투자 등이 수반돼야 한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기술 개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서다.
◆수소로 탄소중립 위기 극복
주요 국가들은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덩달아 철강산업도 생존방식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은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본격화할 것임을 표명했다. 유럽연합(EU)·미국·중국 등이 탄소 배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7월 그린뉴딜 전략에 이어 12월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공개하고, 연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수소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산업계는 업종별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산업의 경우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없는 철강 생산을 위해 주요 원료인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생산체계로의 전환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독일 스웨덴, 철강 생태계 주도권 경쟁
향후 철강산업은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대표되는 탄소중립 제철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선점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철강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화하면 업계 및 국가간 기술 개발 경쟁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사용되는 수소 공급을 위한 생산, 수송, 저장, 이용 등 수소 관련 연관 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수소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효과도 기대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적용을 위해서는 연간 약 500만t의 수소가 필요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부터의 그린수소 도입이 활성화되고 수소 생산을 위한 해외 프로젝트 참여도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철강산업은 수소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친환경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수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철강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서 수소에너지의 이용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수소전기차 보급이 더욱 확대되고,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하는 발전사업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은 단순히 수소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수소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수소경제로의 본격 전환이 가시화되고, 수소 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차원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핵심인 수소는 석탄보다 가격이 비싸다. 이를 석탄과 같은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생산, 운송, 저장 등 제반 인프라의 확보 여부 또한 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환원제철로 생산된 철강제품의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미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 지원이 없으면 개발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트리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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