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장기금리 오르지만…증시 악영향 미미할 듯
입력 2021-02-19 17:32  | 수정 2021-02-19 19:42
국내 장·단기 금리차가 10년래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보통 경기가 회복 추세에 접어들면 장기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진다.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풀린 유동성의 회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2.1bp(bp=0.01%포인트) 오른 1.875%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장기 금리 지표로 주로 활용되는데, 이달 들어 1.8%를 넘나들고 있다. 반면 단기 금리 지표로 사용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0.996%에 달했다. 단기 금리는 지난해 연말부터 0.98%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결과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차는 이날 201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오전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차는 0.879%포인트를 보였다.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줄곧 반등하지 못하던 장·단기 금리차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곧 추가경정예산을 20조원 규모로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고채 발행이 갑자기 늘면 국고채 가격이 떨어져 금리는 상승한다.
한국 경기 회복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1월 101.8을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이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수로 100 이상이면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증시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 경기가 회복 추세에 접어들면서 장기 금리가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 실적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해 성장주가 한국 증시를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가치주가 반등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는 건 경기 회복 기대감,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나타내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가치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다"면서 "금리가 올라갈 때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자산을 사야 하는데 한국 가치주는 대체로 경기민감주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성장주라는 건 먼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당겨 와서 현재 가치가 책정되는 것인데 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 가치가 낮게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당분간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은 것도 긍정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해 9월 '제로금리(기준금리 0.00~0.25%)'를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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