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폭행 피해자 박철우의 작심 발언, 이상렬 KB 감독은 어떤 입장 내놓을까
입력 2021-02-19 04:02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박철우(36)가 18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안산)=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지수 기자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박철우(36)는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 앞서 자신의 SNS 계정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박철우는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며 분노에 찬 글을 게재했다.
배구팬들이라면 박철우의 말이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박철우와 이 감독의 악연은 200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철우는 배구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던 중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 감독에게 테러에 가까운 폭행을 당했다.
박철우는 폭행을 당한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철우의 얼굴에는 피멍이 들어있었고 복부에도 상처 자국이 선명했다.
이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프로 선수가, 그것도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배구계에서 커리어가 끝났어야 할 이 감독은 불과 2년 뒤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감독관에 선임됐다. 이듬해에는 대한배구협회의 징계가 해제되면서 경기대학교 배구부 감독까지 맡았다.
이후 방송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 4월 K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으며 배구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프로팀 사령탑으로 일하고 있다.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 사진=MK스포츠 DB
이 감독은 올 시즌 KB손해보험을 현재까지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잊히는 듯 했던 과거 악행이 최근 이재영, 이다영, 심경섭 등 현역 선수들의 과거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진 뒤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감독은 지난 17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일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내용을 기사로 확인한 박철우는 18일 OK금융그룹전 종료 후 기사를 읽고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고 말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인터뷰에서는 이 감독에게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철우가 공개적으로 이 감독의 폭행 문제를 언급한 만큼 이 감독과 KB손해보험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놔야 한다. 미성년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이 시간이 흘렀다고 무조건 용서되는 것이 아니듯 이 감독의 잘못 역시 12년의 세월 속에 사라진 게 아니다. gso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