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날 괴롭히던 그 선배가 임용고시에 합격"…일반인 대상으로도 퍼지는 SNS '학투'
입력 2021-02-18 15:54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연예인이나 유명 스포츠선수의 학교폭력 사실을 폭로하는 '학투(학교폭력 미투)' 열풍이 일반인 가해자로도 대상이 넓어지며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고등학교 때 저를 괴롭히던 선배가 임용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며 "제 고등학교 생활은 다 망쳐놓고 겸손한 교사가 되겠다고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당시 가해자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위에서 사진을 찍고 놀렸다"는 등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학투'는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자신을 35세 교사로 소개한 B씨가 "20여년 전 학교폭력 가해의 중심에 있던 학생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경찰로 근무 중"이라고 폭로했다. 또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에게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한 항공사에 다니고 있다', '아버지가 현직 교육감인 가해자는 중학교 때 쉬는 시간마다 괴롭혔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학투' 열풍이 최근 유명인 학교폭력 폭로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벌을 받는 일련의 과정들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일반인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폭로 주체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사용 등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는 점도 주요 요소라고 해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노출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상처를 노출한 이들이 가해자가 벌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심리적 회복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인 피해자들도 이를 충분히 관찰하고 학습하면서 사회적 공정함을 되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행 형법이 307조 1항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는 등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어 '학투'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 전문 법률사무소 '유일'의 이호진 변호사는 "폭로에 의존하기보다 학폭 사건 발생 직후 지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정비와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며 "공인된 조사 절차 없이 한쪽 폭로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허위 폭로는 실제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무고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