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 창업은 사회를 위한 투자…실패에 관대해야" [스물스물]
입력 2021-02-18 15:22 
전상경 한양대 창업지원단장

"창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스펙용 창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 또한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취업에 연령 제한이 있고 각종 스펙을 요구받습니다. 학생이 창업에 실패할 경우 개인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전상경 한양대 창업지원단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히며 학생창업에서 대학이 책임져야 할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1월 신임 창업지원단장으로 부임한 그는 "'실패'를 관용의 시선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학은 어느 기관보다 학생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학부 과정에서부터 창업교육과 창업수행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해 학생들이 창업을 합리적으로 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을 먼저 바라보겠다"는 한양대 창업지원단의 2021년도 핵심 과제는 교내 창업기업들의 '스케일업(Scale-up)'이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총 288개의 학생창업기업을 배출하고, 2016년부터 4년 연속으로는 학생창업기업 개수로 국내대학 1위에 오르는 등 양적인 면에서는 정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기업들의 질적 성장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퍼플링크(조관제 대표·경제금융학 08), 팀42 (나성수 대표·컴퓨터공학 11), 블리스트(권오경 대표·스포츠산업 07) 등 다수의 학생창업기업이 지난해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거둔 데 이어 알고리즘랩스(손진호 대표·기계공학 11), 매스프레소(이종흔 대표·융합전자 11), 나이비(김동현 대표·에너지공학 10) 등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에 진출한 학교 창업기업들이 연도별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질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전 단장은 스케일업 성공을 위해 한양대 창업지원단의 '창업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 창업은 창업 사이클에서도 극초기 단계에 해당해 마중물로 쓰일 사업화 자금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한양대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창업지원단이) 창업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구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판로 확보 등 창업기업들이 고질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도 맞춤형으로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한양대가 운영하고 있는 창업기숙사 '247 스타트업돔'은 이 같은 정책이 집약된 장소다. 약 640㎡(193평) 규모를 갖춘 이곳은 창업전담교수와 창업보육전문 인력을 활용해 연간 30명의 대학 창업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특화교육과 멘토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9개 입사기업을 유치해 6.4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정부지원사업 11건(18억원 규모)을 수주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전 단장은 창업지원단이 정부와 학생창업가를 이어주는 통로가 돼야 한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이미 창업준비부터 실행, 성장, 엑시트(EXIT)까지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으로 준비돼 있다"며 "창업지원단은 최소한 도 학생창업가들이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몰라 아무런 지원을 못 받는 사태는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많은 대학창업가들이 정부가 지원금 사용에 대한 제약을 지나치게 많이 두고 있다고 불평하지만 세금을 사용하는 만큼 예산 집행 과정에서 행정절차가 복잡한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창업지원단에서 관련 분야에 대한 24시간 창담창구를 만드는 등 학생창업가들의 고충을 줄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단장은 대학 창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창업은 '특별한 도전'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고질적인 취업난이 겹치며 흐름이 바뀌었다"며 "현재 한양대가 운영하는 창업대체학점인정제, 창업휴학 등 창업 친화적인 학사제도를 활용해 대학창업을 보다 현실적인 선택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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