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기한 박탈' 이재영·다영, 보여주기식 징계?…과거 사례보니
입력 2021-02-18 14:31  | 수정 2021-02-25 15:05
이재영, 이다영 선수 / 사진=MK스포츠

모든 국제대회에 이재영, 이다영 선수를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제외하겠다.”

지난 15일 배구계를 넘어 사회 전반을 뒤흔든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의 학폭(학교 폭력) 논란에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처럼 밝혔습니다.

협회에 앞서 두 선수의 소속팀인 흥국생명도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했다"며 사과했습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배구계의 간판 스타였습니다. 이재영은 신인상을 거쳐 두 차례나 리그 MVP를 수상해 물 오른 기량을 선보였고, 이다영은 블로킹 능력까지 겸비한 부동의 국가대표 세터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언론사 오마이뉴스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70% 이상이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징계가 과하다는 의견은 23%에 불과했습니다.



▲ ‘무기한 제명 후 돌아온 이상렬 감독

협회와 흥국생명은 두 자매에게 각각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무기한 출전정지를 징계했습니다. 다만 이는 구단과 협회가 두 선수를 필요로 하게 되는 시기가 된다면 언제든 해당 징계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9년 9월 남자배구 국가대표선수 박철우는 당시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이상렬 현 KB손해보험 감독에게 구타를 당해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피멍이 들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박철우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고, 폭행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배구협회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이상렬 감독은 ‘무기한 제명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상렬 감독은 어느 순간 징계가 풀려 2012년부터 경기대학교 배구부에서 감독 생활을 재개했고 지난해부터는 프로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이상렬 감독은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어제(17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 역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제주유나이티드로부터 임의탈퇴 징계를 받았던 강수일 선수/ 사진=MK스포츠

▲ ‘임의탈퇴도 해외 이적은 못 막아

이런 가운데 쌍둥이 자매 학폭 논란 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해외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물론 협회는 선수 국제이적 규정에 성폭력, 폭력, 승부조작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였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입한 자는 해외진출 자격을 제한한다”며 해외 팀에서 선수 영입을 원하더라도 협회는 이적동의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럼에도 타 스포츠 종목 사례를 볼 때 국내에서 제명된 선수들의 해외 이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2011년 프로축구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홍역을 앓았습니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 중 일부에게 ‘영구제명을 징계했으나 이 선수들 가운데 한 선수가 해외 팀으로 이적을 추진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해당 선수는 국제축구연맹(FIFA) 제재에 발목이 잡혀 이적이 불발됐습니다.

하지만, 해외 이적이 성사된 사례도 있습니다. 2015년 도핑과 음주운전으로 소속 구단 제주유나이티드로부터 ‘임의탈퇴 징계를 받은 강수일 선수는 일본, 태국 등의 해외 팀으로 이적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제주가 임의탈퇴를 풀어 국내 구단 복귀를 위한 입단테스트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16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이 세트스코어 3-0(25:21 25:10 25:10)셧아웃 승리를 거두면서 2연패에서 탈출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4연패에 빠졌다. 4연패에 빠진 흥국생명 김연경이 고개 숙이면서 코트를 빠져 나오고 있다. / 사진=MK스포츠

▲ "여론 잠잠해지면 돌아올 듯…어쩔 수 없는 현실"

이를 두고 일부 선수들은 협회와 구단의 ‘무기한 징계'의 실효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은퇴한 전직 프로축구 20대 이 모 선수는 결국 여론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면 돌아올 것”이라며 종목은 다르지만 축구에서도 과거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 현재 K3리그(대한민국 3부 축구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실력이 좋은 쌍둥이 자매이기 때문에 결국 팀은 다시 부를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현재 이재영·다영 자매가 빠진 후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연패에 빠진 상황입니다. 2위 GS칼텍스가 승점 2점차로 추격하는 상황 속에서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 전 목표했던 '더블(리그 우승·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이재영, 다영 쌍둥이 자매의 해외 이적 소식만으로도 피해자들의 고통이 다시 불거질까 우려됩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youchea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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