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버드 출신 피터슨 교수, 위안부 왜곡 논문 비판…"논리적 결함"
입력 2021-02-18 09:55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브리검영 대학교 명예교수 / 사진 = 피터슨 교수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위안부가 매춘부였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의 논문에 대해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가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피터슨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운영하는 정부 대표 다국어포털 '코리아넷'에 올린 '위안부, 다시 한국을 자극하는 일본'이라는 칼럼에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행위를 두둔하는 일본의 추한 모습이 2021년에도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램지어 교수 논문의 논리적 결함도 짚었습니다. 논문의 논리적 전개와 해석 방식이 마치 "고속도로에 파란색 자동차들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는 파랗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위안소에는 원래 매춘부였던 여자들이 위안부로 모집되어 있었다. 따라서 위안소에 있는 모든 여자들은 매춘부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강제로 또는 속아서 위안부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고 변호사들만 읽을 수 있는 법적인 주제로만 국한시켰다는 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피터슨 교수는 본인이 직접 보고 들은 사례를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들의 사연은 한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위안부 강제동원을 피하려고 하얼빈의 삼촌집으로 보내진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 논문은 국가가 허가한 유곽에서 이뤄진 매춘에 관한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다. 법적인 문제 외에는 위안부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본이 전시에 저지른 여성 착취 범죄 상황 전반에 대해서는 논하고자 하지 않는다"며 "잠시 쉬었다는 이유로, 병을 옮기거나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위안부들을 난폭하게 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위안소의 잔인한 면은 '위험하다' 정도로 적힌 것이 전부"라고 논문의 한계점을 짚었습니다.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위안소 운영 확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난징대학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이유로 "일본군은 전투를 치른 뒤 여자들을 강간하고 사람들을 죽이며 난동을 부렸다"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 병사들의 성욕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위안소 운영을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위안소 운영은 난징대학살과 같은 전쟁범죄를 대신하기 위해 자행한 또 다른 전쟁 범죄라는 것입니다.

특히, 피터슨 교수는 2021년 현재 한일 양국 관계 속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이 내포한 사회·국제적 함의에 대해서도 우려했습니다. 피터슨 교수는 "법학자는 전쟁 시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 다룰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논문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과 이미 작고한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서로 골이 깊어진 두 이웃 국가 간의 불신과 증오에 불을 지피는 것이라면, 이 논문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굉장한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의 논문은 일본에 대한 한국의 오랜 반감, 불신, 증오에 불을 질렀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입장을 고집해왔으며 매번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딱지를 떼어내 버린다"고 지적하고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보여야 할 사죄와 동정과는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언제쯤 일본과 일본을 대표하는 모든 이들이 20세기 초 자국이 저지른 전범행위에 대한 정당화를 중단하고 '미안하다'고 말할까"라고 토로했습니다.

피터슨 교수는 1987년 하버드 대학에서 동양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브리검영 대학에서 30년 넘게 한국학을 가르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힙니다. 2018년 은퇴 후 '우물 밖 개구리(The Frog Outside the Well)'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공개한 '하버드 동양학 박사가 말하는 위안부 매춘부 하버드법대 논문! F학점"'이라는 영상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왜곡 논문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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