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요즘 학생창업, 앱 플랫폼 반복…기술중심으로 육성해야" [스물스물]
입력 2021-02-17 21:06  | 수정 2021-02-19 10:40
허준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장 [이충우 기자]

"요즘 학생 창업 영역이 4년전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스마트폰 앱 기반 거래중개 플랫폼에 집중돼 있는거죠"
허준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 단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예상밖의 쓴소리를 했다. '현재 학생 창업의 흐름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였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고려대의 창업지원센터로 지난 2018년 산학협력단에서 분리돼 별도 기구로 출범했다. 현재 허 단장은 산학협력단 단장과 그림슨창업지원단 단장을 겸하고 있다.
허 단장은 최근 학생 창업의 혁신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학교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학생 창업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허 단장은 "학생 창업 열기는 확산되고 있지만 알맹이는 굉장히 반복되고 양상"이라며 "학교 밖에서 여러 외부 투자자들을 만나는데 그들도 '어느 학교에 가도 학생 창업이 다 비슷비슷하다'며 식상해 하는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허 단장은 "(앱 기반 플랫폼 외)기술과 하드웨어가 접목된,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는 사업 영역을 성장시키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식기렌탈서비스 '뽀득'을 그 예로 들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뽀득은 유치원 등에 식기를 빌려주고, 수거하고, 세척해 제공해 주는 서비스로 연간 600%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지원금이 '너무 많아서 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 단장은 "직접적인 지원금 지급 위주 정책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금이 급증하면서 스타트업 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되거나 기업들이 민간 투자보다는 정부 지원을 선호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허 단장은 "투자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직접 지원 프로그램 보다는 매칭형 사모펀드의 육성을 통해 투자 의사결정이 민간주도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학의 창업지원 기관에 대한 운영 비용이나 인건비 지원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투자는 민간이 담당하고 보육은 정부가 투자하는 형태"를 제시했다.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은 올해 대학 차원의 엔젤투자자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허 단장은 "교내 창업 기부금을 바탕으로 학생창업펀드 등을 조성해 초기학생 창업기업에 엔젤투자의 역할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외부 투자가 또는 멘토는 학생창업을 수익성의 관점에서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 창업지원단의 피드백은 경제적 이권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 창업가와 기업의 성장을 위한 객관적인 조언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은 2000년 산학협력단 내 창업지원 부서로 출범한 창업보육센터가 모태다. 대학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018년 산학협력단에서 분리돼 연구부총장 산하의 독립조직으로 신설됐다. 단장을 포함해 총 9명의 전문인력이 창업지원활동 뿐 아니라 교내 창업 교과목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는 30개 창업 교과목을 개설해 2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기창업패키지 시범사업 등을 수주해 2년간 총 47개 초기창업기업에 기업별 최대 1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50개의 창업동아리를 선발해 동아리당 시제품 제작비 등 최대 600만원을 지원했다. 고려대는 지난 2019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대학 학생창업유망팀 300'에 15개 팀이 선정돼 수도권 내 대학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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