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증환자 나가라고?"…급작스런 전담 요양병원 지정에 '시끌'
입력 2021-02-17 19:20  | 수정 2021-02-20 19:51
【 앵커멘트 】
정부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 당시 요양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코로나 전담 요양병원을 선정했는데, 병원 측과 마찰로 시끄럽습니다.
기존에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던 중증 환자들이 강제로 옮겨야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병원별로 사정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병원 선정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정태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파킨슨병과 치매를 함께 앓고 있는 89세 어머니를 모시는 현정숙 씨는 속이 타들어갑니다.

어머니가 있는 병원이 최근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급작스럽게 병상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 인터뷰 : 현정숙 / 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 "뇌출혈로 뇌수술도 받으신 상태이고, 사지가 마비돼가고 있는…. (위급상황 시) 가까운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되거든요."

몇년 동안 겨우 적응해 온 병원을 옮기는 것 자체도 문제입니다.

▶ 인터뷰 : 현정숙 / 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 "간병인이 바뀌어도 불안해하시는데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을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에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정부가 지정한 코로나 전담 요양병원은 서울에 총 3곳,

특히 이곳의 경우 대부분 중증 환자가 입원해있는 터라 보호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분노합니다.


▶ 인터뷰 : A 씨 / 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 "여기에 계시는 환자들을 한 번이라도 보셨으면 절대로 지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간병인이 24시간 계속 대기를 하고 있어야 되고…. 가실 곳이 없어요."

반발 시위가 잇따르자, 일단 서울시는 당초 지난 15일로 통보했던 병상 마련 기한을 철회했지만, 그래도 전담병원 지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병원을 바꾸는 것 자체가 며칠 내로 바뀌지가 않더라고요. (현재로서는) 병상이 부족하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 환자들을 받아야 하는 병원 측으로서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감염 위험뿐 아니라 업무 자체도 힘들어져서 의료진의 이탈이 사실상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장문주 / 행복요양병원 원장
- "이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에서 나타났던 의료진의 대규모 사직이 저희 병원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파견 인력만으로 전담 요양병원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이 충분히 납득은 가지만, 갑작스러운 전담 요양병원 지정을 둘러싸고 병원이나 환자 가족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태웅입니다. [bigbear@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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